2020년 7월 음반 리뷰 (1)
‘일 자르다노 아르모니코’, 곧 ‘화음의 정원’이라는 이름의 바로크 앙상블이 1985년 창단 이래 가장 매진한 것은 비발디 음악의 부흥이다. 이들의 오래된 비발디 앨범이 새로 녹음되기를 기다리던 터, 마침내 리더 조반니 안토니니 예술의 핵심이랄 리코더 협주곡집이 재해석되었다. 새 녹음은 안토니니가 2011-17년 사이 직접 구성한 콘서트 프로그램을 담았다. 전반부의 하이라이트는 전곡 중 가장 유명한 ‘바다의 폭풍’이다. 두 단조 협주곡으로 시작된 후반부는 다시 밝은 F장조의 전원 음악으로 마무리된다. 클라리넷의 전신, 샬뤼모로 연주하는 <니시 도미누스> 가운데 시편곡은 현란한 장식 뒤에 가린 비발디 협주곡의 묵묵한 신앙과 깊은 서정을 잊지 않게 한다.
디아파종 황금상, 크레셴도 조커
알레산드로 스트라델라는 1643년 볼로냐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자랐다. 카리시미와 카발리의 오라토리오/오페라 양식을 이어받은 그는 방종한 삶을 살다가 38세 되던 1682년 제노바에서 청부 살해되었다. 비발디와 헨델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지만 곧 잊힌 스트라델라의 작품은 20세기 들어 재조명되었다. 1948년 오라토리오 <세례자 요한>을 페루자에서 상연했을 때 마리아 칼라스가 살로메를 불렀다. 이 음반에서 알리차 아모가 요한의 목을 앞에 둔 헤로디아스의 딸을 아찔하게 열연한다. 세례자 요한을 부른 카운터테너 폴 앙투안 베노장의 음성 또한 발군이다. 역시 카운터테너였던 지휘자 다미엥 기용의 안목이 두드러지는 수연이다.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LBM023 브람스: 비올라 소나타 1번 & 2번 외
프랑스의 중견 피아니스트 에리크 르 사주와 젊은 비올리스트 리스 베르토가 주축이 된 브람스 실내악 전곡 연주 녹음 시리즈 제5집. 베르토는 앙투안 타메스티와 더불어 비올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는 스타플레이어이다. 브람스가 만년에 작곡한 비올라 소나타는 리하르트 뮐펠트를 위한 클라리넷 소나타의 편곡이다. 바르토는 때로는 단도직입적으로 때로는 애틋하게 브람스의 내면을 파고든다. 브람스가 요아힘 부부의 결혼 선물로 준 두 개의 노래는 원곡이 피아노와 비올라 반주. 알토 새러 롤런의 무게감 있는 음성이 바르토와 르사주의 반주로 ‘만족스러운 갈망’과 ‘종교적인 자장가’의 정수를 들려준다.
프랑스 중견 피아니스트 에리크 르 사주와 동료의 브람스 실내악 전곡 녹음 시리즈 제6집. 스트라다 사중주단과 르 사주가 브람스 현악 사중주 세 곡과 피아노 오중주를 묶었다. 현악 사중주는 브람스 실내악 가운데에서도 가장 안쪽에 위치한 비경이다. 리스 베르토와 피에르 푸셰네레, 사라 넴타누, 프랑수아 살퀴는 각기 브람스 전곡 녹음 시리즈의 중추를 이루는 젊은이들. 2015년에 ‘길’이라는 뜻의 앙상블을 창단한 뒤, 베토벤의 마지막 두 사중주만을 녹음했던 이들이 마침내 브람스로 난 ‘길’을 찾았다. 슈만과 포레 실내악 전곡으로 이들을 이끌었던 베테랑 르 사주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브람스의 금자탑으로 난 ‘길’에 동참한다.
RAM1802 고트프리트 핑거: 유럽 왕궁과 콘서트를 위한 음악
요한 크리스토프 페푸슈의 <비너스와 아도니스>로 라메 레이블에 데뷔한 ‘하모니어스 소사이어티 오브 티클 피들 젠틀맨’의 두 번째 녹음. 이번에도 고트프리트 핑거라는 잊힌 작곡가를 눈부시게 조명한다. 모라비아 태생의 핑거는 비버에게 바이올린을, 베이바노프스키에게 트럼펫을 배워 다재다능했다. 영국으로 건너와 제임스 2세 궁정에서 인정받았지만, 뒤이은 명예혁명 시대는 가톨릭 음악가인 그를 허락지 않았다. 대신 몬태규 공작 아래서 일하던 그는 또래 친구 퍼셀의 때 이른 죽음을 애도하는 음악(유실) 정도로 알려져 왔다. 1701년 런던을 떠나 하노버, 빈, 베를린을 떠돌지 않았더라면 훨씬 진가가 알려졌을 핑거. 그의 범유럽적인 음악 인생을 망라한 선집.
크레셴도 조커, 디아파종 만점
리우 태생의 이네스 다베나와 상파울루에서 난 클라우디오 히베이로는 네덜란드에서 공부하며 만났고, 덴하그에서 뉴 콜레기움을 창단해 고음악 운동에 매진한 브라질 두오이다. 꾸준한 음반 활동을 해오던 이들은 비발디 시대 베네치아의 리코더 음악을 담은 이 음반 <익명의 베네치아인> 발매에 즈음해 2019년 가을 내한해, 대전 예당에서 공연했다. 이들은 2018년 베네치아에 40일을 머물며 A 비발디(추정), F 가스파리니, D 비갈리아, 그 밖의 작자미상 리코더 음악을 발굴해 비발디가 일했던 보육원 음악당에서 녹음했다. 리코더와 하프시코프 이중주가 ‘바다의 도시’에서 가장 보편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모든 음악 양식의 출발임을 웅변하는 앨범이다.
1980년대 앙리 르드루아와 리체르카르 콘소트가 남긴 선구적 앨범의 뜻깊은 재발매. 카운터테너 르드루아는 알프레드 델러에게 배운 것을 프랑스 바로크 음악 발굴에 사용했다. 앙리 뒤 몽은 오늘날 벨기에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 루이 14세의 동생 앙주 공작을 섬기던 그는 1663-82년 베르사유에서 루이 14세와 왕비의 악단장으로 활동한다. 뒤 몽은 특히 ‘프랑스 모테트’ 양식의 토대를 다졌다. 세자르 프랑크의 ‘천사의 양식’과 같은 가사에 붙인 곡이 인상적이다. 르드루아는 42세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뒤 몽과 샤르팡티에에 매진했다. 선배의 유지는 메아리 성부로 음반에 참여한 후배 제라르 렌이 꾸준히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