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음반 리뷰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디아파종 황금상
안토니오 차가라(1355-1416)는 이탈리아 중동부 아브루초의 테라모에서 태어나 서방교회가 여럿으로 쪼개졌던 격동기에 로마에서 여러 교황을 섬겼다. 그는 중세 음악가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보카치오의 문학과 도나텔로의 조각, 브루넬레스키의 건축과 나란한 시대 예술을 홀로 르네상스 이전 암흑기에 남겨둘 이유는 없다. 라 폰테 무지카(음악의 샘)는 여러 필사본에 산재한 차카라의 세속 및 종교음악 전곡을 처음으로 한 데 묶었다. “할 수 있으면 나처럼 나를 이해해 보라지”라는 한 발라타의 가사는 예술 지상주의 시대 어느 낭만주의자의 선언처럼 들린다.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그림처럼 종교와 세속이 나뉘지 않은 ‘음악의 낙원’으로 초대하는 값진 선집이다.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1980년 창단 이래 40년 이상 녹음 활동 해온 고딕 보이시스가 린에서 내는 네 번째 앨범은 영국 중세음악의 집대성인 <올드 홀 원고Old Hall Manuscript>에서 가져온 곡들이다. <올드 홀 원고>는 영국의 헨리 5세가 아쟁쿠르 전투에서 이기고 프랑스의 캐더린을 왕비로 맞던 15세기 초에 묶인 것으로 보인다. 리오넬 파워, 토머스 비터링, 존 쿡, 토머스 대밋과 같은 영국 작곡가 외에 요하네스 데 륌뷔르지아, 질 뱅슈아, 기욤 뒤파이와 같은 플랑드르 악파의 곡도 수록해, 영국 음악이 대륙에 미친 영향을 확인해준다. 고딕 보이시스의 순도 높고 학구적인 해석이 복스그로브 수도원Boxgrove Priory의 완벽한 음향과 만나 ‘영국 취향’의 여명을 경험케 한다.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라모의 오페라 <사랑의 놀라움Les Surprises de Lamour>에서 이름을 가져온 프랑스 앙상블의 알파 데뷔 음반. 건반 연주자이자 리더인 루이 노엘 베스티옹 드 캉불라는 퍼셀과 동료들의 극장 음악으로 앨범을 엮었다. 퍼셀은 찰스 2세 왕이 되기 전 사촌 루이 14세에게 의탁할 때 베르사유에서 본 오페라를 영국에 재현했다. 1690년 명예혁명 뒤 음악 활동이 왕실에서 밀려나자 퍼셀은 동료들과 뜻을 모아 사설극단을 세워 다양한 실험을 했다. 1695년 극단 파산에 이어 36세의 나이로 급사하기까지 5년 동안 이룬 퍼셀의 눈부신 성과는 음악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아니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캉불라와 동료들은 당대에 어리석고 기괴한 것으로 치부되던 광기의 사랑까지 파고들어 ‘현대’를 재발견하게 한다.
베토벤 교향곡을 초연 장소까지 고증한 뒤 녹음해 유명한 마르틴 하젤뵈크가 헨델의 오르간 협주곡집(Opp 4&7의 각 여섯 곡에 13번 ‘뻐꾸기와 나이팅게일’)을 내놓았다. 그가 빈 무지크페라인 리거 오르간을 연주한 까닭은 빈 악우협회가 1812년 창립할 때 인근 스페인 승마학교에 오르간을 설치하고 헨델의 <알렉산더의 향연>을 공연했기 때문이다. 또한, 브람스는 무지크페라인에서 <데팅겐 테데움>을 지휘하며 직접 이 홀의 오르간을 연주했고, 20세기에 카를 리히터는 헨델의 협주곡 전곡으로 새 오르간을 시험했다. 건반의 달인 헨델은 오페라단 파산 때 오르간 협주곡으로 회생했다. 하젤뵈크는 제자이자 동료 교수 제레미 조셉과 함께 헨델보다 훨씬 큰 파이프오르간을 그보다 작은 기악 앙상블로 반주하는 ‘역발상’으로 또 하나의 전례를 남겼다.
쇼크 드 클라시카
프란티셰크 투마는 보헤미아 선배 H.I.F 비버가 잘츠부르크에서 세상을 떠나던 1704년에 태어났다. 빈에서 킨스키 백작과 카를 6세 황제 미망인의 카펠마이스터로 활동하다가 1774년에 타계한 투마의 종교음악은 하이든과 모차르트도 잘 알았을 만큼 깊이 있다. 플루토 앙상블과 하토르 콘소트가 처음 녹음한 <스타바트 마테르>는 멜로디 주도의 이탈리아 양식에 비해 화성과 대위법에 충실했던 잘츠부르크의 영향을 보여준다. 함께 수록된 비버의 <F단조 레퀴엠>이 그 선례이다. 하토르 콘소트는 두 종교음악 사이로 연주한 비버와 그의 스승 슈멜처와 클라머로 알프스 이북의 무르익은 ‘파토스’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