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드 라 투르의 키아로스쿠로와 2021년 9월 음반 리뷰
A483 쉬츠: 장송음악 ARCANA
17세기는 독일의 최대 시련기였다. 전반에 30년 전쟁이 휩쓸고 간 마당에 후반에는 페스트의 재창궐과 오스만 튀르크의 침략까지 이어졌다. 영아 사망은 부지기수였고, 성인의 수명도 기대 이하였다. 장례식은 일상이었고, 애도는 끝이 없었다. 죽음은 작곡가의 숙명적인 주제였고, 지상에 없는 유토피아를 갈구하는 내면의 정서는 독일 음악 깊이 스며들었다. 하인리히 쉬츠가 하인리히 로이스 2세의 장례를 위해 쓴 수록곡은 뒷날 바흐를 거쳐 브람스까지 깊은 영향을 미쳤다. 바젤의 보체스 수아베스는 세 번째 알파 앨범에서 쉬츠와 그 전후 독일 음악의 본류를 파고든다.
ALPHA726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9번 '제나미' & 17번 Alpha
러시아 고음악의 선구자 알렉세이 루비모프의 제자로 고전주의 음악의 본모습을 찾는 데 주력해온 건반 연주자 올가 파셴코가 비발디의 협주곡에서 이름을 가져온 ‘일 가르델리노’ 앙상블과 만났다. 둘 모두 모차르트에 주력하는 것은 처음이며, 그만큼 의욕과 참신함이 가득하다. 파셴코는 제나미를 위한 협주곡 9번은 1788년 산 포르테피아노의 복제품으로, 바르바라 플로이어를 위한 협주곡 17번은 1792년 산 진품 포르테피아노로 연주했다. 여제자들, 또는 모차르트 자신의 콘서트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눈부신 결과이다. 22명의 악단과 한가운데 놓인 건반이 불꽃놀이를 벌인다.
CVS030 모차르트: 마술피리 (프랑스어 버전) (Blu-ray+DVD+2CD) Chateau de Versailles
허영의 성지 베르사유 궁전에서 초현실적인 오페라 <마술피리>를 공연한다면 가장 어울릴 지휘자는 아마도 루이 14세기 시대에서 걸어 나온 듯한 에르베 니케일 것이다. 샴페인처럼 거품 가득한 불어로 노래했지만, 모차르트의 대본작가 보마르셰와 시카네더 모두 본래 프랑스 희극작가 몰리에르를 지향했기에 어색하지 않다. 아비뇽 페스티벌의 스타인 연출자인 쥘리앙 뤼베크와 세실 루사 콤비는 동화와 같은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무대에 곡예까지 동원해 즐거움을 준다. 니케의 콩세르 스피리튀엘과 성악진은 오페라 속 선악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ALPHA743 브루흐: 현악오중주 & 현악 팔중주 Alpha
쾰른 교향악단의 주자들이 그 도시가 낳은 최고의 작곡가 막스 브루흐에 소중한 책임감을 보였다. 현악 오중주 두 곡과 현악 팔중주 모두 최 만년인 1918-20년에 베를린에서 작곡되었다. 80대의 브루흐는 브람스와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세대였지만, 때는 후기 낭만주의를 너머 신빈학파의 전성기였다. 브루흐는 두 오중주에서 자신의 교향곡 1, 3번과 클라리넷과 비올라를 위한 협주곡, 스웨덴 민요에 붙인 세레나데 따위를 회상했다. 팔중주는 제2첼로 대신 더블베이스를 더해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노인이 느낀 향수를 증폭한다. 이는 분명 반동적인 제스처가 아니라 젊은 작곡가의 행보와 나란한 묵직한 창작의 한걸음이다.
ALPHA727 상드린 피오가 부르는 R.슈트라우스, 베르크, 쳄린스키 가곡집 Alpha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존재감 드높은 바로크 음악의 여신이 유겐트슈틸과 후기 낭만주의의 끝에 섰다. 무지개의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기까지 평생이 걸린 셈이다. 상드린 피오는 학창 시절부터 꿈꿨던 곡들의 첫 녹음집 제목을 ‘키아로스쿠로’라 정했다. ‘명암’이라 옮길 이 바로크 미술 용어는 고스란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알반 베르크의 음악에도 적용된다. 오히려 의미는 확대되어 촛불은 단지 어둠 속에서만 빛을 발하지 않고 태양 앞에서도 당당하다. 피오는 그람시, 바슐라르를 인용하고 드 라 투르, 보나르, 피카소, 쇠라, 클림트, 뭉크를 끌어들이며 빛과 어둠, 낮과 밤, 꿈과 현실의 떨리는 움직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연주: 상드린 피오 (소프라노), 장 프랑수아 베르디에 (지휘), 프랑슈 콩테 빅토르 위고 오케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