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준호 Mar 13. 2024

“없으면 허전하고, 들으면 더 허전한 음악”

2024년 3월 음반 리뷰

ALPHA772 코파친스카야 - Take 3

코파친스카야는 태초에 리듬이 있었다고 말하며, 뿌리 뽑힌 사람들의 기억과 꿈에만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음악으로부터 찾아낸다. 휴대전화도 없는 레토 비에리는 평생 결핍으로 벽에 막혔을 때 일을 시작할 수 있음을 느껴왔다. 그는 존경하는 작가 로베르트 발저가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표현했다고 말한다. “음악이 없으면 허전하고, 음악을 들으면 더 허전하다.” 폴리나는 음악이 유전자 조합 토마토와 같이 획일적인 시대에 진짜 다른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만큼 흥미진진하고, 베니 굿맨만큼 유쾌한 합주.

연주: 파트리치아 코파친스카야 (바이올린), 레토 비에리 (클라리넷), 폴리나 레스첸코 (피아노)

Alpha  BBC뮤직매거진 초이스

이히!

ALPHA1020 샤르팡티에: 오페라 <메데> 전곡

샤르팡티에가 루이 14세의 왕립 음악원을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쓴 걸작은 초연의 실패 탓에 300년 가까이 묻혔다가 1976년에야 다시 빛을 보았다. 변심한 남편 이아손에게 분노해 여자이자 아내이길 포기하고, 어머니이자 마법사로 변신하는 메데. 그녀는 급기야 아이를 모두 죽이고 인간이길 거부한다. 몰레에르, 라신과 함께 고전주의의 거장으로 꼽히는 피에르 코르네유의 원작을 동생 토마가 대본으로 개작했다. 20여 년 전 베르사유에서 신예들과 호흡을 맞춘 니케는 이번엔 베테랑 베로니크 장과 가장 주목받는 시릴 뒤부아를 내세웠다. 샤르팡티에의 복수의 드라마를 니케보다 선홍색으로 물들일 지휘자는 없다.

연주: 베르니크 장 (소프라노), 시릴 뒤부아 (테너), 유디트 반 반로이 (소프라노), 르 콩세르 스피리튀엘, 에르베 니케(지휘)

Alpha 디아파종 도르, 텔레라마 만점

Médée, H. 491, Act I: Trio et chœur. "Que d'épais bataillons" (I)

A557 바흐: 파르티타 전곡 BWV 825-830 

바흐의 <건반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집>으로 아르카나에 데뷔했던 줄리아 누티가 두 개의 영국 음악 선집에 이어 다시 한번 바흐 건반 음악의 결정판인 <파르티타>에 도전했다. 더니든 콘소트의 음악감독이자 바흐 권위자인 존 벗은 바흐가 이 모음곡집을 통해 시장의 요구에 누구보다 능동적으로 반응했고, 동시에 예술적인 면에서도 최고도의 원숙함을 보여준다고 내지 해설에 적었다. 18세기 프랑스로 간 독일 장인 헴슈와 파터의 하프시코드를 이중 공명판으로 복제한 누티의 악기는 웅장한 저음과 단단한 고음으로 단조로움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탁월한 소리를 들려준다.

연주: 줄리아 누티 (하프시코드) ARCANA 

A540 두란테: 현을 위한 협주곡 

오페라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기악곡에만 몰두했던 프란체스코 두란테는 나폴리 음악원의 원장으로 재임하며 페르골레시, 트라에타, 피친니, 파이시엘로를 길러낸 나폴리악파의 거장이었다. 아홉 곡의 현악 협주곡은 삼마르티니나 클레멘티로 이어질 고전주의 교향악의 씨앗이 엿보인다. 마지막 곡의 제목 ‘광기’에서 보듯이 두란테의 아홉 곡은 하나하나가 독창적인 실험으로, 작곡된 시대를 의심케 한다. 불같은 성격으로 학생들에게 칼부림했던 피오렌차의 <신포니아>나 파리넬리를 키워낸 포르포라의 <첼로 협주곡> 또한 변칙 현악 배치를 통해 앙상블의 가능성을 극대화한 결과물이다.

연주: 아카데미아 델라눈치아타, 리카르도 도니 (지휘) ARCANA 

CKD729 엘가: 바이올린 협주곡, 브리튼: 바다 간주곡 

공통점이 별로 없어 보이는 영국 신구 거장은 운명처럼 한날 등퇴장했다. 1934년 2월 23일 엘가가 사망한 날 20세 브리튼의 곡이 라디오로 첫선 보인 것. 그로부터 11년 뒤 브리튼은 불멸의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로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가 되었다. 성공의 자신감으로 오페라에서 뽑은 곡이 <네 개의 바다 간주곡>이다. 레스피기 선집으로 린에 데뷔한 지휘자 크루델레는 이에 더할 참신한 커플링을 골랐다. 다니엘 바렌보임의 아들 마이클이 독주한 엘가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헌정받은 크라이슬러가 ‘불멸의 협주곡’이라 칭했고, 점차 첼로 협주곡과 나란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주: 마이클 바렌보임 (바이올린),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알레산드로 크루델레 (지휘) 

Lin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바로크는 늪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