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의 음반 리뷰
CCS46624 바흐와 페르트의 바이올린 작품집
페르트는 복잡 다난한 20세기를 벗어나 ‘백지상태’(타불라 라사)에서 순수한 음향을 찾고자 노력했다. 1966년 작 <B-A-C-H에 대한 콜라주>는 당시 금기시 되었던 조성음악과 기존 악상의 인용을 통해 포스트모던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후 페르트는 투명하고 반복적인 종소리(틴티나불리) 위에 소박한 선율을 얹는 작업 끝에 바흐의 대위법과 같은 양식을 완성했고 대표작이 두 대의 바이올린과 현악 앙상블, 피아노를 위한 1977년 작 <타불라 라사>이다. 스트라드(람스마의 바흐)의 화사함과 과르네리 델 제수(톰슨의 페르트)의 어두운 음색이 주는 대비가 이 음반의 또 다른 매력이다.
연주: 시모네 람스마 (바이올린), 칸디다 톰슨 (바이올린, 지휘), 암스테르담 신포니에타
ALPHA1032 바흐 & 텔레만: 승천 칸타타
바흐는 텔레만이 사양한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음악감독 자리에 그라우프너 다음 순위로 겨우 지명되었다. 그런 바흐가 승천절을 위해 쓴 칸타타는 네 개 남은 반면 텔레만의 곡은 서른 개가 넘는다. ‘빛의 소리’ 합창단을 이끄는 리오넬 뫼니에는 두 친구의 곡 가운데 호른을 두 대 쓴 화려하고 규모가 큰 세 곡을 골랐다. 1738년 <승천절 오라토리오>(<결혼 칸타타> 및 <B단조 미사>와 아리아를 공유)와 라이프치히 2년 차인 1725년 작 BWV 128 모두 승리의 환성이 가득한 피날레로 끝맺으며, 텔레만이 함부르크로 가기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쓴 칸타타도 죽음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동경한다.
연주: 복스 루미니스 합창단,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리오넬 뫼니에 (지휘)
ALPHA1033 바버라 해니건 - 메시앙
해니건은 2015년 샤마유의 라벨 피아노 협주곡 연주를 처음 듣고, 최면적인 레가토에 감탄했다. 알파 대표가 마련한 소개 자리에서 두 사람은 언젠가 메시앙을 함께 연주하기로 의기투합했다. 2017년 멘토이자 친구인 라인베르트 데 레이우가 세상을 떠나고 2년 뒤에 해니건은 샤마유와 다시 만 레이우 집에서 리허설을 시작했다. <미를 위한 시>는 메시앙의 뮤즈이자 사별한 첫 아내 클레르 델보스에게 헌정한 곡이며, <땅과 하늘의 노래>는 두 사람의 아들 파스칼을 위한 곡이다. 해니건과 샤마유는 각각 테너 샤를 시와 바이올리니스트 빌데 프랑을 초대해 <숫자의 죽음>을 더했다.
연주: 바버라 해니건 (소프라노), 베르트랑 샤마유 (피아노), 빌데 프랑 (바이올린), 샤를 시 (테너)
BZ2004 마스네: 오케스트라 반주 가곡집
프랑스 제약사를 창업한 브뤼 가문은 회사 매각 뒤 베네치아의 팔라체토 차네를 구입해 프랑스 낭만주의 음악 연구소를 열었다. 브뤼 차네 재단 설립 목적에 가장 부합할 앨범이 이 <마스네 오케스트라 가곡집>이다. 25 트랙 가운데 21곡이 처음 녹음되었을 만큼 철저히 잊혔던 마스네의 스케치북이 빛을 보았다. 선구적인 베를리오즈의 <여름밤>과 달리 연작도 아니고 길이가 짧은 데다가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 이 곡들이 출판조차 못 된 부당한 이유였다. 다섯 성악가는 상상할 수 있는 최상의 프랑스 앙상블이며, 에르베 니케는 각각의 존재감을 임계점 이상으로 끌어낸다.
연주: 니콜 카; 조디 데보스 (소프라노), 시릴 뒤부아 (테너), 베로니크 장 (메조소프라노), 에티엔 뒤퓌 (바리톤), 파리 체임버 오케스트라, 에르베 니케 (지휘)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디아파종 도르, 쇼크 드 클라시카
BZ1053 마스네: 오페라 <아리안> (하드커버 BOOK+ 전곡 3CD)
차이콥스키 또래이면서, 드뷔시보다 오래 산 마스네, <마농>과 <베르테르>, <타이스> 정도만 알려졌던 그가 바그너의 무한선율을 프랑스 서정주의와 결합한 후기 오페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2007년 마스네 축제에서 <아리안>을 부활시킨 로랑 캉펠론이 십수 년만에 전곡반을 완성했다. 카튈 망데스의 대본은 몬테베르디 이래 이 신화에 주목한 많은 이들과는 다른 관점이다. 아리안은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영웅 테세우스를 놓고 동생 페드르와 경쟁관계. 결국 테세우스가 페드르를 선택하자 낙소스섬에 버려진 아리안은 사이렌의 유혹에 끌려 바다로 몸을 던진다.
연주: 아미나 에드리스 (소프라노), 케이트 올드리치 (페드르), 뮌헨 라디오 오케스트라, 로랑 캉펠론 (지휘)
클라시카 올해의 음반, ICMA 수상, 디아파종 데쿠베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