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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Oct 17. 2024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2024년 10월 음반 리뷰

ALPHA1072   바그너: 링 오디세이   

말러 팬인 조지프 스웬슨에게 평생 바그너는 왠지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남성적인 작곡가였다. 그는 2018년 버몬트에서 괴짜 영국 지휘자가 이끄는 아마추어 음악가들의 엉망진창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들으며 역설적으로 바그너의 순수한 매력에 눈을 떴다. 그뒤로 그는 16시간에 달하는 <니벨룽의 반지>를 바그너의 교향곡처럼 편집했다. 바그너 자신이 1877년 런던에서 축약본을 지휘했고, 로린 마젤도 55분의 관현악으로 편곡했지만, 스웬슨은 성악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확신했다. 성악 없는 편곡은 바이올린 독주 없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발췌한 부분을 자연스러운 화성으로 연결하는, 영화와 같은 작업의 이 결과물이 바그너를 부담스러워하는 팬들을 그의 걸작으로 안내할 것이다.

연주: 조지프 스웬슨 (지휘), 보르도 아키텐 국립 오케스트라    Alpha      

노르웨이와 일본인 부모를 둔 미국 지휘자

ALPHA1081   림스키코르사코프: 세헤라자데 이야기 (낭독 버전 포함)   

빌라 로보스의 <아마존의 숲>으로 알파에 데뷔한 시모네 메네제스가 직접 창단한 프로젝트 그룹 앙상블 K와 독창적인 작업을 이어간다. 14인조 극소 편성으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마법 같은 색채를 옮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메네제스는 쇤베르크가 편곡한 말러 교향곡처럼 실내악의 투명한 질감으로 이국적인 서사를 풀어간다. 그녀가 더한 셰헤라자데와 그의 동생 디나르자데의 대화는 천하룻밤 이야기를 무한 확장해 끝나지 않을 사랑의 비전으로 제시한다.

연주: 앙상블 케이, 시모네 메네제스, 골시프테 파라하니; 크리스틴 윈터스 (낭독)   Alpha      

14인조 천일야화

RIC438   판타지아 - 가브리엘리에서 바흐까지    

프란체스코 코르티와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하프시코드 연주자로 부상한 안드레아 부카렐라의 두 번째 리체르카르 독집. 전작에서 ‘토카타’ 양식의 시작과 끝을 조망한 데 이어 이번에는 ‘판타지아’의 형성과 변모를 살펴본다. 베네치아의 안드레아 가브리엘리를 시작으로 영국(윌리엄 버드와 존 불)과 네덜란드(얀 페터르존 스벨링크)에서 더욱 정교해진 판타지아는 다시 이탈리아의 지롤라모 프레스코발디로 돌아와 모방 대위법과 결합한다. 독일로 넘어가 요한 야코프 프로베르거, 요한 파헬벨을 거쳐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반음계적 매만짐으로 판타지아가 완성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박수!!!

연주: 안드레아 부카렐라 (하프시코드)   RICERCAR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CCS46024   슈포어 컬렉션 3집 - 모차르트, 비발디, 로카텔리, W.F. 바흐의 플루트 작품   

프랑크푸르트의 수집가 페터 슈포어가 소장한 플루트로 연주하는 프로젝트 3집. 모차르트의 사중주를 필두로 안토니오 비발디와 피에트로 로카텔리의 이탈리아,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의 드레스덴을 컬렉션과 연결한다. 무엇보다 존 프레더릭 램프(‘룰 브리타니아’를 쓴 토머스 안의 동서), 바스의 토머스 칠콧, 아일랜드 출신의 월터 클레겟, 에든버러의 프란체스코 바르산티, ‘체니 원고’를 남긴 요한 크리스토프 페푸슈처럼 영국에서 활동하며 바로크 이후 플루트의 부상에 힘쓴 명인을 소개한다.

연주: 플로릴레기움, 애슐리 솔로몬 (플루트), 로원 피어스 (소프라노)   Channel Classics

마술피리를 내다보는 놀라운 악장

LPH043   제수알도: 마드리갈 4권 - 침묵 속에서   

베노사의 대공 카를로 제수알도는 부정한 아내와 그의 정부를 살해한 뒤 페라라 궁정으로 이주했다. 대공비 레오노라 데스테의 주도로 페라라는 당대 문화의 중심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토르콰토 타소의 시와 루차스코 루차스키 음악이 주도하던 궁정에 제수알도가 합류하면서 페라라는 날개를 달았다. 4권은 바로 그때 출판되었다. 총 6권의 제수알도 마드리갈 가운데 앞서 5권과 6권을 녹음한 헤레베헤는 4권을 통해 반음계와 불협화음의 극단에 이른 제수알도 스타일의 출발점을 해부한다. ‘달콤한 죽음’과 ‘사랑의 황홀경’이 빛과 어둠의 스펙트럼으로 번져가는 아카펠라의 백미이다.

연주: 필리프 헤레베헤, 콜레기움 보칼레 헨트   PHI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민들레 홀씨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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