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의 음반 리뷰
ALPHA1058 포레 & 쇤베르크: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2024년은 포레 서거 100주기이자 쇤베르크 탄생 150주년이다. 상징주의 희곡의 대표작인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이 음반 외에도 드뷔시가 오페라를, 시벨리우스가 극부수음악을 썼을 만큼 시대정신을 관통한다. 포레는 제자 쾨슐랭이 편곡한 관현악에 직접 관악기와 하프를 더해 화성을 강화했고, 유명한 ‘시실리엔’까지 추가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알반 베르크는 슈트라우스를 모델로 한 쇤베르크의 교향시를 네 악장의 교향곡으로 분석했다. 예르비는 과거 10년을 재임하며 정상급으로 위상을 끌어올린 프랑크푸르트 악단의 실력을 유감없이 활용한다.
연주: 파보 예르비 (지휘),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심포니 Alpha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ALPHA1088 슈베르트 & 뢰베: 가곡집
콘스탄틴 크리멜이 전작 ‘전설’에 이어 ‘신화’라는 제목으로 돌아왔다. 낭만주의의 주된 관심사인 ‘먼 곳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두 앨범은 일맥상통한다. 카를 뢰베는 슈베르트보다 한 살 많았지만, 그보다 두 배 이상되는 73세까지 살았고 생애도 훨씬 밝고 윤택했다. 전혀 다른 인생을 살다 간 동년배이지만 그들이 바라본 지점은 같았음을 음악이 확인해 준다. 바로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관념적인 그림, 월터 스콧의 역사 소설, 메리 셸리의 괴기적인 고딕 소설과 일맥상통하는 곡들인 것이다. 죽음 또한 삶의 일면으로 관조했던 시대를 두 젊은 음악가가 신중하게 해부한다.
연주: 콘스탄틴 크리멜 (바리톤), 아미엘 부샤케비츠 (피아노) Alpha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CVS120 포르크레 : 비올 작품 전곡
앙투안과 장 바티스트 포르크레 부자, 그리고 앙투안의 조카 니콜라 질 포르크레의 비올 곡을 망라한 전곡집. 앙투안 포르크레는 마렝 마레와 함께 루이 14세에게 가장 총애받은 음악가였다. 세상이 마레의 연주를 ‘천사’에, 포르크레를 연주를 ‘악마’에 빗대었던 만큼 그는 굴곡진 삶을 살았다. 아내와 그녀의 하녀를 놓고 간통으로 맞고소하며 폭력을 휘두른 탓에 아들 장 바티스트는 우울한 성장기를 보냈다. 앙투안 사후 장 바티스트는 유고집을 출판했는데, 후대는 이를 아들 작품으로 본다. 부친에 대한 복수이자 헌정인 악마의 악보를 미리암 리뇰과 동료들이 온전히 부활시켰다.
연주: 미리암 리뇰 (비올) 외 Chateau de Versailles
CVS0961778년 파리의 모차르트
22세 모차르트의 파리 여행을 따라간 실내악 앨범. 어머니와 단 둘이 처음 떠난 6개월의 여정은 만하임에서 실연당하고 파리에서 장티푸스로 어머니가 객사하는 슬픔을 안겼지만, 그만큼 성년 모차르트를 담금질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차르트의 소나타와 변주곡에 더해 당대 파리 음악계를 주름잡던 카스트라토 앙투안 알바네세의 로망스 두 곡이 프로젝트의 완결성을 높였다. 뉘른베르크 독일 국립 박물관이 소장한 1749년 산 고트프리트 질버만 악기를 복제한 포르테피아노는 건반당 두 개의 현과 여러 개의 레지스터, 무릎 레버 따위를 가지고 있어서 이조가 쉽고 음색도 풍성하다.
연주: 아르노 드 파스콸레 (포르테피아노), 제롬 반 바르베케 (바이올린), 페린 드비에 (소프라노)
Chateau de Versailles
ENP018 하이든: 플루트 트리오 전곡
프로젝트 그룹 레 퀴리오시테 에스테티크는 ‘미학적 호기심’이란 뜻의 이름처럼 바로크와 낭만주의라는 양대산맥 사이에 자리한 계몽주의 시대의 ‘현대성’을 탐험한다. 교향곡과 현악 사중주의 아버지인 하이든이 플루트를 위한 트리오를 19곡이나 남겼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런던 음악 향유층의 수요를 위해 쓴 6개의 디베르티멘토와 4개의 트리오,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바리톤’(비올라 다 감바의 일종)을 위해 쓴 트리오의 플루트 편곡, 빈에서 작곡한 3개의 트리오는 비단 실내악에 국한되지 않고, 무대와 교회를 아울렀던 하이든의 폭과 깊이를 들려준다.
연주: 장 피에르 피네 (플루트), 레 퀴리오시테 에스테티크 앙상블 EnPha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