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골무일기

보가티르 문

무소륵스키 / 라벨

by 정준호

예전에는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의

마지막 곡을 ‘키예프의 대문’이라고 불렀다.

이젠 키예프도, 키이우도 아닌

‘보가티르 문’이라고 부른다.

음악부터 들어보자.

라벨의 관현악 편곡으로

무소륵스키가 묘사한 ‘전람회의 그림’이란

요절한 그의 친구이자 건축가인

빅토르 하르트만의 그림을 말한다.

1881년 차르가 암살된 자리에 세운 상트페테르부르크 피의 구세주 교회

하르트만은 1866년 차르 알렉산데르 2세가

암살을 모면하자 이를 기념하는

키이우 대문의 공모를 위해 설계를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뿌리였던 곳이며

영웅 보가티르들의 활동 무대였다.

하르트만의 설계도는

보가티르들의 투구를 형상화한 것이었다.

대문 안으로 트로이카가 달려 들어온다.

멋지다.

빅토르 바스네초프의 <세 보가티르>

일리야 무로메츠, 도브리냐 니키티치,

알료샤 포포비치


(위, 아래) 모스크바 트레티아코프 미술관


대문과 투구가 같은 종 모양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현실이

이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바스네초프가 그린 또 다른 그림

<이고르 스뱌토슬라비치 공과 폴롭치 족의 전투 후>가

전쟁의 참상을 보여준다.

그림은 무소륵스키의 동료

알렉산데르 보로딘이 작곡한

오페라 <이고르 공>의 후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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