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
2009년 졸저 <이젠하임 가는 길>에서..
<두 도시 이야기>는 이 글을 쓰던 당시만 해도 국내에 번역본이 없었는데, 그 뒤로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면서 수준도 점점 좋아졌다는 평을 들은 디킨스의 걸작.. 20년 전 뜨거운 눈물을 흐르게 했다.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의 매력은 무엇보다 실제 인물을 다루었다는 점에 있다. 앙드레 셰니에의 바람 같았던 삶과 예술에 관심을 가졌던 또 한 사람이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이다. 그의 장편 『두 도시 이야기』는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보다 약 40년 앞선 1859년에 발표되었다. 디킨스는 이미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올리버 트위스트』와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집필한 뒤였고, 이 소설을 쓴 이듬해에는 『위대한 유산』을 내놓았다.
『두 도시 이야기』는 토머스 칼라일의 『프랑스 혁명사』를 읽고 감동을 받아 쓴 작품으로 여기서 ‘두 도시’란 파리와 런던을 가리킨다. 소설은 프랑스 혁명 시기에 파리와 런던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직접적으로 앙드레 셰니에를 다루지는 않지만 계급 혁명의 혼돈기에 펼쳐지는 숭고한 사랑의 모습은 조르다노의 오페라와 같은 골격으로 이뤄져 있다.
프랑스 귀족인 샤를 다네와 영국의 변호사인 시드니 카턴은 서로 아무 관련이 없이 살고 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두 사람은 모습이 닮았다. 혁명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 온 다네가 카턴의 인생과 얽히게 된 것은 한 여인 때문이다. 18년 전에 누명을 쓰고 바스티유에서 투옥 생활을 하던 의사 마네트는 풀려나 딸 루시와 함께 런던으로 건너와 살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루시를 만나 호감을 갖은 카턴, 그러나 루시는 이미 다네와 약혼 중이다.
의협심이 강한 다네는 자신이 연루될지 모르는 집안 송사를 해결하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파리로 갔다가 붙잡히게 된다. 루시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게 되어 가슴이 미어진다. 이를 지켜보는 카턴은 원래 방탕하고 무의미한 삶을 살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남편을 향한 루시의 사랑에 마음이 움직인다. 자신과 모습이 닮은 다네를 구하기 위해 그는 감옥으로 숨어든다. 카턴은 다네를 대신해 그리고 사랑하는 루시를 위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에 대입해본다면, 제라르가 두 연인을 살리기 위해 대신 죽음을 택하는 형국이 된다. 샤를 다네가 영국 생활을 접고 위험을 무릅쓰고 파리로 돌아오는 것도 셰니에의 경우와 같다. 『두 도시 이야기』의 매력은 수많은 에피소드를 짐짓 무의미한 듯 나열하지만 결국에는 그것이 모두 인과관계를 맺도록 짜인다는 점이다. 마흔다섯 개의 장면이 파리와 런던을 오가며 때로는 동시에 그려지고 그것이 물 흐르듯 서로 연결된다.
“최고의 세월이요, 최악의 세월이었다. 지혜와 무지의 시기요, 빛과 어둠의 시기요, 신앙과 불신의 시기요, 희망의 봄인 동시에 절망의 겨울이었다”라는 이 소설의 첫 문장은 프랑스 혁명 전야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분석이며, “내가 지금 하려는 행동은 지금까지 해 온 것 중에 가장 훌륭한 행동이며, 지금 가려는 길은 지금까지 알았던 제일 편안한 길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인간의 숭고한 사랑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고백이다. 셰니에와 같은 이상을 꿈꾼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