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탄생 334주년, 서거 269주기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개관으로부터 50년이 지난 1919년, 대양을 너머 반대쪽 대양 연안에 새 오케스트라가 창단했다.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이다. 지역 유지였던 윌리엄 앤드루스 클라크 주니어는 악단을 설립하면서 인근에 살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를 지휘자로 모실 생각이었다. 라흐마니노프는 사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유명한 만큼 뛰어난 지휘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라흐마니노프는 막 태평양 연안을 떠나 뉴욕에 새로 정착한 터라 수락할 수 없었고, 그 대신 한때 구스타프 말러를 보좌했던 영국 지휘자 월터 헨리 로스웰과 함께 첫 음악회를 가졌다. 100년을 지내는 동안 주빈 메타,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에사 페카 살로넨이라는 지휘자와 황금기를 다진 이 악단에는 10년 전부터 베네수엘라 태생의 거장 구스타보 두다멜(불과 37세이다)이 음악감독으로 와 있다.
구스타보 두다멜이 이끄는 LA 필하모닉은 바로 3월에 중국 피아니스트 유자 왕과 우리나라를 찾는다.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 무대가 될 것이다. 시즌의 피날레는 자신들의 안방인 월트 디즈니 홀에서 말러의 ‘천인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세계 최고의 음악당으로 꼽히는 이 콘서트홀에서 이 곡이 처음 연주된다.
노르웨이의 오슬로 필하모닉도 LA 필하모닉과 같은 해에 창단했다. 이 또한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마리스 얀손스 등이 거쳐간 북유럽의 강자이다. 그보다 50년 전인 1869년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이 초연되었다. 우리로 치면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것쯤에 해당한다. 오슬로 필하모닉은 3월 영국 순회 공연 때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와 그리스의 협주곡을 협연할 예정이다.
그밖에도 여러 인물과 사건들이 2019년을 기다린다. 작곡가 슈만을 기념하는 곳이라면 그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했던 아내 클라라가 태어난 지 200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다룰 것이다. 세계 최고(最古)의 음악출판사인 ‘브라이트코프와 헤르텔’도 300년 전 라이프치히에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연도를 헤아릴 때마다 되묻곤 한다. “100주년이거나 99주년이거나 한 번 뿐인 것은 매한가지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소개하고픈 멋진 일이 있다. 네덜란드 바흐 협회(Netherlands Bach Society)는 ‘Bach 2019-21’이라는 프로젝트를 이미 작년부터 시작했다. 2021년까지 바흐의 모든 작품(CD로 대략 150장이 넘는다)을 연주해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네덜란드의 소박한 교회나 유서 깊은 고건물에서 연주한 바흐 음악의 정수가 업로드된다. 이미 상당수가 풀HD 화질로 제공된다.
바흐를 기릴 특별한 시기가 아니지만, 그의 작품을 연주하는 것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이 곧 바흐의 초연과 경쟁하는 것이다. 네덜란드 바흐 협회가 프로젝트를 마치기 위해 바라는 것은 그저 많은 사람이 유튜브를 구독해줄 것과 좀더 뜻있는 사람의 기부뿐이다. 무한한 감사와 갈채를 보내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을 기다려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