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글을 발행하기 전
서랍장에 저장하는 기능이 있다.
내 서랍장에는 제목들이 꽤 많이 나열되어 있다.
쓰고 싶었던 주제를 통해 정해놓은
흐름의 틀을 만들고 글을 써보려 했건만
역시나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저장해 두고 다음날 다시 꺼내 보면
혼자 얼굴이 붉어지곤 하는 부끄러운 문장들이
줄줄이 비엔나소시지처럼 연결돼 있는 느낌이랄까.
결국에는 묵혀두고 있는 그 문장들은
나의 부끄러움과 함께 침몰되어
다시 꺼낼 수 없게 되는 일이 반복된다.
글은 쓴다는 개념을 벗어나서 글을 기록하는 의미로
읽고 있는 책의 한 부분만이라도
일 년 동안 주기적으로 꾸준하게 기록해 보기로 했다.
이를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 향상과
꾸준하게 독서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만들어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책 안의 세상보다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세상이
나와 껌딱지처럼 붙어사는 스마트폰 안에 펼쳐져 있다.
그런데 이 네모 안의 세상은 순간의 자극에 집중된
엄청난 양의 콘텐츠와 혹하는 광고들 덕분에
내 머릿속은 뒤죽박죽 정리가 되지 않고
생각의 끈이 더 쉽게 잘려나간다.
이리저리 잘려나간 끈들을 다시 모아
매듭지어 잘 엮어보자.
'연결'이란 연속성의 관계 안에서
사유의 아름다움과 흩어져있는 '나'를 찾는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가자.
침몰되지 않을 50대를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