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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ilo Aug 12. 2020

네 생각에 잠 못 이루다,

네가 있어 꿈을 꾼다.

 그런 날이 있다.


너무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날.


 사실 그냥 눈을 감고 누워 있기만 해도 금방 잠이 들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잠들 수가 없는 밤. 마음이 불편해서, 뭔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답답함에, 왜 나는 그때그때 내 진심을 표현하는 법을 몰라 엉뚱한 말을 뱉고 후회할까 하는 미련함 때문에,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못하여 누군가를 난처하게 만드는 상황을 만든 나 자신에게 분노가 치밀어, 그래서 잠이 오지 않는 날.


아니, 찝찝함에 잠을 잘 수 없는 밤.


 벗겨 보면 알맹이엔 내 잘못만 남은 것을, 괜히 타인이라는, 사회와 환경이라는 껍질을 입혀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싶은 스스로에게 한 번 더 짜증이 나 아무것도 먹지 않기로 다짐한 새벽, 입 안에 과자를 욱여넣는다. 그렇게 답답한 가슴과 메인 목도 물 한 모금 없이 씹어 삼킨 과자 탓으로 돌려 본다. 누군가 내게 꼬치꼬치 캐물어서 그랬다고, 결과적으로는 잘 넘어갔으니 괜찮다고 뒤늦은 수습을 해보기엔 이미 쏟은 피와 같았다.

 다 내 말이 옳다고 우기고 싶었을 뿐 이성도, 감성도 어루만질 수 없었던 나의 이기적인 단어들이 내 입을 떠났을 땐,


너에게 더 큰 부담만 안겨준 것 같았다.


 나는 그저 사랑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모난 돌과 같아서, 내가 어떤 말을 하거나 어떤 행동을 할 때면 툭 튀어 난 부분으로 여기저기 부딪히며 굴러간다. 그럴 때마다 부딪히는 상대방은 아프다는 것도 안다. 부딪히는 모난 돌도 많이 아프다.


그냥 가만히 있을 것을 하는 후회가 밀려든다.


 그저 길 한구석에 떨어져 있다가 지나가는 행인이 발견하고 혹여 누가 밟을까 그것마저 집어 들고 아무도 닿지 않는 곳으로 던져 버리는 것이 낫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이 태풍처럼 휘몰아친다.

 그런 나를 너는 한 번 더 위로한다. 지금 이 순간 너의 마음이 가장 불편한 것을 알기에 그 위로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안다. 원망과 실망으로 질책해도 그저 고개 숙이고 있어야 할 나에게 건넨 너의 위로는 쏟은 피를 닦아냈다.


그럼에도 너에게 그 얼룩은 남겨 주었다는 생각에,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를 위로하는 네가 너무도 고마운데, 그 마음 전할 길이 없어 잠을 잘 수가 없다. 이런 나를 사랑해주는 네 마음이 너무 커서 당장이라도 너에게 달려가고 싶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사랑하는 사람과 뜨겁게 사랑하고 싶었을 뿐인데 뭐가 그렇게 아프고 왜 이렇게 잠들 수 없는 외로운 밤을 겪어야 하는 것인지 침묵 속 절규만 가득할 그때, 책에서 읽은 문구가 떠올랐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뾰족한 네 귀퉁이 어루만져 둥글둥글 어우러지는 게 사랑이라면 아프고 외로운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김지영, ‘사랑을 쓰다’




그제야 나는 깨닫는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너는,
모난 돌 같은 나를
동그랗게 만들어주고 있었구나.
나는 사랑을 하고 있었구나.
내가 인생을 살아가고 있구나.

 

 네 생각에 잠 못 이루다,
 네가 있어 포근히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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