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슬픔안에 머무는 모든 이에게
아이가 키우던 고슴도치 불꽃이가 세상을 떠났다.
얼마 전 출근해 있는 내게 아이가 울면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자마자 " 엄마, 어떻게.."하며 말을 못 잇고 꺼이꺼이 우는 아이에 놀라
심장이 쿵 하니 내려앉는 거 같았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교 가기 전에 불꽃이 밥을 챙겨주려고 보니,
패드에 검붉은 피고름이 잔뜩 묻어 있었다고 한다.
얼마 전부터 돼슴도치였던 불꽃이가 먹이를 먹지 않는 것이 이상했었는데
몸이 안 좋았던 모양이다.
그날 급히 병원을 알아보고, 조퇴해서 아이와 함께 고슴도치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
우선 일주일 약을 먹여보고, 지속적으로 출혈이 보이면 수술할 수 있는 병원과 연계해주겠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약을 처방받아왔다.
그날 이후, 아이는 불꽃이의 약을 챙겨 먹이느라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학교에 갔다.
아이는 한 번도 시간을 놓치지 않고 아침, 저녁 약을 챙겨 먹이며 정성을 들였다.
다행히 일주일의 약을 다 먹었을 때 불꽃이는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았다.
약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아이는 기뻐했다.
그래도 약이 떨어졌으니 주말에 병원을 다시 한번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내게 말했다.
일이 많은 나를 배려하여 아이는 당장 병원에 가자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아이는 오열을 하며 전화를 했다.
“엄...마...불꽃이가 죽..... 었.....어..으...으....으.....”
가슴이 먹먹해졌다.
불꽃이가 가엾기도 했지만, 어미로서 아이가 맞이해야 할 아픔이 더 큰 걱정이었다.
그날 이후 아이는 매일 저녁 한참을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 엄마, 내가 못해줘서 불꽃이가 죽은 거야. 미안해서 어떻게... 흑흑흑.....”
아이는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했다.
그리고 후회를 했다.
“ 내가 잘해줬더라면 불꽃이 가 아프지 않았을까?”
“ 내가 좀 더 잘해줬어야 하는데...... 흐흐흐....”
아이의 슬픔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아이의 가슴속에 밀려왔다.
거세게, 그러다 다시 잔잔해지고 또 이내 더욱 거칠어졌다.
“ 너 때문이 아니야.
네가 잘해서, 네가 못 해줘서 불꽃이가 하늘로 간 게 아니야.
다만 불꽃이는 병에 걸려 아팠던 거야.
아파서 너무 힘들어서 편해지고 싶었을지도 몰라.”
아이에게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다.
“ 엄마, 왜 하늘은 날 이렇게 고통스럽게 할까요?”
“ 난 아직 너무 어린 데 왜 이리 나에게 큰 슬픔을 주었을까요?”
아이에게 예정되지 않았던 이별은 처음으로 겪는 큰 고통이었다.
아이는 그렇게 가늠할 수 없는 이별의 아픔 속에서 점점 깊게 빠져들었다.
“ 아가야, 하늘은 널 고통스럽게 하려고 불꽃이를 데려간 게 아니야.
너에게 큰 슬픔을 주려고 한 것도 아니란다. ”
울다 지쳤는지 아이는 대답도 없이 잠이 들었다.
이별은 비와 같다.
점점 어둡게 하늘을 덮는 먹구름을 보며, 비를 예측할 수도 있지만
때론 맑은 날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이별을 한다.
우산이라도 준비하면 좋으련만, 갑작스럽게 내리는 소낙비에 온몸이 흠뻑 젖듯이
예정하지 못한 이별에 온 마음이 슬픔에 젖는다.
이별은 아프다.
사랑했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나의 잘못도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다만
이별의 아픔은 내 사랑의 깊이만큼 고통스러울 뿐이다.
그저 사랑했을 뿐이고
사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