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꿈꾸던 마흔의 배신, 이럴 줄은 몰랐네
20대의 방황은 불안함 때문이었다. 그 시절 나에게 사랑, 일, 미래 등은 불확실한 현실일 뿐이었고,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연애를 시작하면 늘 이별에 대한 걱정이 먼저였다.
' 이 사람을 좋아하다 헤어지면 어쩌지?'
' 지금 보다 더 좋아하게 되면 내가 더 힘들지 않을까?'
' 이별의 아픔을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수많은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결국은 연애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곤 하였다.
그런데 막상 가까워지는 마음을 멀리하고, 도망가버리고 나면 어김없이 또 다른 걱정이 몰려왔다.
' 이러다 평생 연애를 못하면 어떡하지?'
' 결혼은 할 수 있을까?' 등 등 말이다.
그 수많은 걱정 속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상상 때문이었다.
10년 뒤, 20년 뒤 미래의 내 모습을 마음껏 상상하는 것이다.
1~2년이 아닌 10~20년의 미래는 아주 멀게 느껴졌다. 그래서 좀 더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래도 '먼 훗날, 그때가면 좀 달라져있겠지'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그렇게 나는 나이 마흔을 꿈꿨었다.
꿈꾸던 마흔은 대략 이랬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 후,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아 안정되고 평화로운 가정을 꾸리고,
경제적 능력을 가진 커리우먼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는,
한 마디로 걱정할 거리는 일도 없는 평화로운 삶! 여유로운 삶!
누구나 바라는 평범한 바람이었다.
어느새 마흔 중반이 넘어버린 요즘, 20대와 별반 차이 없는 나를 발견했다.
어쩌면 더 큰 불안과 걱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춘기 아들들과 하루하루 전쟁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고
직장과 가사로 늘 턱밑까지 숨이 차 헉헉 거린다.
직장은 승진과 전근 등으로 늘 고민하고,
최근 급속하게 바뀌는 교육현장에 적응하는 것도 힘겹게 느껴지기만 한다.
현타가 왔다.
' 앗. 뭐지? 내 나이 마흔은 이러면 안 되는데... '
예전에는 나 혼자만의 걱정을 했다면,
지금은 내 걱정은 물론 자식 걱정, 부모님 걱정, 남편 걱정, 노후 걱정 등등
걱정할 거리가 높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다.
심각한 번아웃과 우울증이 찾아왔다.
생각해 보면
결혼만 하면 행복할 줄 았았고
임용고시에 합격만 하면 미래가 보장되는 줄 알았다.
그렇게 단순한 필요조건으로 마흔을 기대한 것이다.
나이가 든다고 걱정들이 해결되거나, (해결돼도 또 다른 걱정들이 생겨나는 매직을 보았다. )
회피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불확실함은 20대 만의 걱정이 아닌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고민하고, 선택하고, 그리고 그 결과에 책임지며
설레기도, 두려워하기도, 또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그냥 그뿐이다.
그저 우리는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될 뿐이다.
' 내가 걱정이 되는구나. '
' 내가 화가 났구나'
' 내가 뿌듯하구나.' 하고 말이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러기에 삶 또한 의미를 가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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