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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soul Mar 26. 2022

좋은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육아 15년 만에 문득 좋은 엄마의 기준은 뭘까  궁금해졌다.

  큰 아이가 태어난 지 15년, 그러니까 나의 엄마 나이는 열 다섯 살인 셈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다 그러하듯 아이를 잉태하는 순간부터 나 또한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며 살아왔다.  수많은 육아서를 읽으며 아이를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 늘 고민했고, 아이의 연령에 따라 여행, 놀이, 체험 등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며 발달을 도왔다. 


  사실 아이들이 태어난 그 순간부터, 아니 배속에 잉태한 그 순간부터 나에겐 늘 아이들이 최우선이었다. 아이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고, 마땅히 해 내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그 누구보다 컸고, 뱃속의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였을 테다. 그래서인지 자타공인 좋은 엄마로 인정(?) 도 받았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주변에서 " 넌 참 좋은 엄마인 거 같아. 대단해!" 소리를 들을수록 뭔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물론 처음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격려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 스스로든, 다른 사람에게든 나는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난 듯했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엄마로 여겨지길 바라는 마음 또한 컸다. 무엇이든 넘치면 독이 되는 법이다.


  나이가 들면서 직장에서 맡은 일들이 점차 많아졌다. 당연히 아이들 챙기는 것이 소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 생겨났다. 그런 날이 많아질수록 아이들에게 자꾸 미안한 마음이 커졌고, 나는 스스로를 부족한 엄마로, 반성하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은 나 스스로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은 의심이 들기 시작했고, 우울한 날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궁금해졌다. 

" 좋은 엄마의 기준이 뭐지?"


  좋은 엄마의 기준이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생각해보면 좋은 엄마의 기준은 상대적이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분이 좋은 부모일 수도 있고, 아픈 부모님을 모시는 아이에게는 건강한 분이 좋은 부모일 수도 있다. 나 또한 어릴 적 일을 하시느라 바빴던 부모님을 보며, 가정주부인 엄마들은 모두 좋은 엄마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엄마란 몇 가지 기준도 있다.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는 등의 보편적인 기준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은 꼭 부모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꼭 필요한 기본예절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우리는 꼭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난 이 질문에 대한 깊이 고민한 뒤 좋은 엄마가 되지 않기로 했다.


'좋은 엄마'라는 말은 결국은 좋다, 나쁘다로 평가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좋다. ''나쁘다'로 단순하게 평가하기에는 엄마란 존재는 너무 많은 의미를 지닌다. 아이들에게는 엄마이기때문에 그 존재만으로도 소중하고 좋은 사람이 엄마인 경우가 많다. 또 엄마들에게도 이러한 평가는 양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각해보니 난 그동안 '좋다, 나쁘다'라는 항목으로 육아 성적표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욱 좋은 성적표를 받기 위해 노력을 해 왔다. 이는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의 모습이 곧 나의 성적표처럼 스트레스가 되는 듯 했다. 당연히 양육 효능감이 낮아질 수 밖에 없었다. 양육 효능감이란 양육자 스스로 양육을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는 나 혼자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실제로 2014년 방영된 EBS'가족 프라임-가족 쇼크'에서 프랑스 엄마와 한국 엄마의 자녀 양육 효능감을 비교하였다. 아래 표를 보면 한국의 엄마들이 양육 효능감이 프랑스 엄마에 비해 5가지 영역 모두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 EBS 다큐'가족 프라임-가족 쇼크' 방송화면 갈무리>


  그렇다면 왜 한국 엄마들은 양육 효능감이 낮은 걸까? 혹 나와 같은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혹시나 자신의 육아에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따라 생각을 하다 보니 다행히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난 좋은 엄마보다 행복한 엄마가 될 거야.


그래, 난 아이와 함께 행복한 엄마가 될 것이다.  

꼭 좋은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인정하고, 공감하고 격려하며

그런 행복한 엄마가 되면 된다.



 행복한 엄마의 15년 육아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구독과 좋아요~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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