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톺아보기
세상의 부조리함에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의 곁에 신이 계신다. 이 세상을 바꾸어보고자 발버둥 치는 이들의 곁에 신이 계신다.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며 "나는 할 수 없다"라고 고백하는 이들의 곁에 신이 계신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의 진보를 이루는 자들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과 무능력한 이들이라 할 수 있다. 영화 <1987>은 인간의 무능력의 전능함을 보여주며 역사의 진보와 신 존재의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을 품고 그곳에 자신의 존재를 내던진 사람들은 먼저 자기 내면의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 도무지 자기 뜻과 같지 않은 세상을 향해 자기만큼 희생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분노를 거두어야 한다. 우리는 신이 허락한 우연적인 계기로 남들보다 조금 먼저 이상을 품었을 뿐이다. 게다가 사람은 누구나 잠정적인 존재가 아닌가?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자신에 대한 겸손과 타자에 대한 넉넉함을 가져야 한다. 강동원의 미소를 준비하자. 우리가 타인에게 주어야 하는 것은 그뿐이다.
신이 우리 모두에게 세상의 부조리함을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되도록 허락한다면 소수의 희생과 민중의 참여가 더해져 세상을 바뀔 것이다. 마음 아픈 이들이 있다면, 발버둥 치는 이들이 있다면,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며 절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그날은 올 것이다. 그것이 1987년과 2017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