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톺아보기
다양한 형태의 집과 나무가 그곳에 있다. 저마다의 얼굴로 제 일에 충실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 무엇보다 노동이 그곳에 있다. 물론 그곳에는 한가롭게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도 있고 은밀한 곳에서 연애담을 나누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곳에는 나무나 들풀에서 채집을 하는 사람들과 그물을 길어 올리는 사람이 있다. 죽음을 벗하여 삶을 위하는 숭고한 노동이 그곳에 있다.
백남순 작가는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있는 곳을 일러 감히 '낙원'이라 칭한다. 타자를 빌어서 오늘을 사는 모순이야말로 사람을 참으로 살게 하는 신비라고, 우리의 삶은 그렇게 다른 이들의 죽음으로 인해서 가능하다고 직설한다. 비근한 호의조차 발견하지 못하는 우리가 구원을 얻을 길은 노동에 있다. 보고 듣고 만지면서, 그렇게 노동하며 삶의 동인을 마주해야 한다. 그렇기에 낙원은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곳이 아니라 노동하기에 완성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