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가끔 멈춰 서게 된다.
분명 계속 걸어왔는데도, 문득 발걸음이 멎는 순간이 있다. 마음이 무너지거나, 생각이 복잡해지거나, 무엇이 맞는 길인지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숨을 고른다. 그리고 그 순간,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사람들은 괜찮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 나아질 거라고,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이 가끔은 너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괜찮지 않은 마음을 억지로 괜찮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크게 짓누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이미 꽤 멀리 걸어왔다는 사실이다.
넘어졌던 순간도 있었고, 아무도 모르게 흔들렸던 날도 있었다. 어떤 날에는 이유 없이 마음이 무너졌고, 어떤 날에는 괜찮은 척하며 하루를 겨우 지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씩 버텨 온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그래서 조금 지쳐도 괜찮다.
잠시 멈춰도 괜찮다.
멈춰 서 있다는 것은 포기했다는 뜻이 아니라, 다시 걸어가기 위해 숨을 고르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비에 젖은 길 위에 남겨진 발자국처럼,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흔적들은 우리가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증거로 남는다.
언젠가 마음이 닳아 없어질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닳음조차도 삶의 일부다. 아무 상처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고,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넘어져도 괜찮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세상이 모른다 해도 괜찮다. 삶의 대부분의 싸움은 사실 아주 조용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는 매일 조금씩 버티고, 조금씩 다시 일어난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한 번 말해주었으면 한다.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그리고 오늘 하루를 지나온 자신에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해주자.
오늘도 잘 버텼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