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멎은 뒤에

by 서령

주머니 속 작은 사각빛은,
가끔은 장마철 빗방울처럼 쉼 없이 쏟아졌다.
연이어 번지는 진동과 불빛 속에서
나는 마치 시장 한복판에 서 있는 듯,
목소리도 발걸음도 서로 얽히는 가운데
나의 자리는 끝내 찾지 못한 채 흘러갔다.

그러다, 한참 동안 아무 일도 없을 때가 있다.
바람이 멈춘 바다처럼 고요한 화면,
손끝에 닿는 유리의 차가움만이 남아
내 안쪽 빈자리를 더 크게 울렸다.
그때는 마치,
어제까지 머물던 기차가 떠나간 뒤
한참 동안 흔적만 남은 플랫폼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시끄럽던 순간에도,
조용하던 순간에도,
나는 같은 곳에 있었는데
세상은 늘 다른 속도로 내 곁을 지나갔다.
그리고 그 차이를 견디는 일은
생각보다 더 오래, 마음을 붙잡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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