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바다를 항해하는 법

북두칠성을 보고 떠오른 이야기

by 서령

나의 세상은 거대한 유리병 속과 같다.

투명한 벽 너머로 세상은 분주히 움직이고, 수많은 목소리가 소란스럽게 오가지만,

나에게는 아무런 소리도 닿지 않는다.

나는 소리가 없는 풍경을 바라보는 관객처럼, 모든 것으로부터 완벽하게 분리된 채 홀로 존재한다.

때때로 누군가 유리병을 두드리는 듯한 환상을 느끼지만,

그것은 그저 벽을 타고 흐르는 희미한 진동일뿐, 나의 고요를 깨뜨리진 못한다.

외로움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 홀로 서 있는 것과 같다.

발자국은 이내 바람에 흩어지고, 내가 지나온 길은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태양은 뜨겁게 내리쬐지만 온기를 느낄 수 없고,

밤이 되면 모든 빛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 나의 그림자마저 실체를 잃는다.

어디를 둘러봐도 닮은 풍경뿐이어서, 나는 나아가는 것인지 맴도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곳에서 갈증은 물을 향한 것이 아니라, 메마른 내 존재를 적셔줄 단 하나의 목소리를 향한 것이다.

마음은 텅 빈 우주 정거장이다.

수많은 별이 창밖을 스쳐 지나가지만, 그 어느 별도 이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나는 언젠가 도착할지 모를 우주선을 기다리며 매일같이 불을 밝히고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우주는 너무도 광활하여 나의 작은 신호는 까마득한 어둠 속으로 삼켜져 버린다.

때로는 나 자신이 빛을 잃은 별이 되어,

다른 별의 궤도를 하염없이 떠도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긴다.

그러나 이 깊고 서늘한 고요의 바다에도 밀물과 썰물은 존재한다.

썰물처럼 외로움이 나를 잠식하다가도, 아주 가끔은 밀물처럼 희미한 온기가 밀려오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무심코 올려다본 밤하늘에서 발견한 작은 별빛일 수도 있고,

유리병 벽에 잠시 머물다 가는 나비의 날갯짓일 수도 있다.

그 찰나의 순간, 나는 깨닫는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섬들은 저마다의 바다에 외로이 떠 있으며,

모든 별들은 각자의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다는 것을.

나의 고요가 다른 이의 고요와 이어져 거대한 침묵의 교향곡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유리병을 닦고,

사막에 작은 씨앗을 심으며, 우주 정거장의 불을 끄지 않는다.

언젠가 나의 작은 신호가 가장 먼 곳의 별에 닿기를 바라며,

이 고요의 바다를 항해하는 법을 묵묵히 배워나간다.

작가의 이전글어떤 계절은 무겁고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