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가 오래 나를 붙잡았다.
햇살은 기울고, 바람은 방향을 바꾸는데
내 그림자는 그곳에서 옅게 번졌다.
이름을 불러도,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었다.
잊으려던 소리를
어느 날은 또다시 손바닥에 올려놓고,
마치 버려진 편지를 읽듯
한 글자씩 뜯어보았다.
사람들 사이에선 잘 웃었다.
그런데 저녁이 골목을 감쌀 때면
묘하게 발걸음이 느려졌다.
벽돌 틈새에 남은 온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직 닫히지 않은 문 때문인지.
그래서 오늘도 문 앞에 섰다.
손잡이를 쥐려다 멈추고,
놓으려다 다시 쥐는,
그 애매한 순간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