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계절만 기다리고 있는 나
모두 지난 계절을 떠났는데
나만 뒤늦게 도착한 것 같았다.
바람에 묻어 온 꽃가루가
아직도 이곳을 헤매고 있었고,
나는 그 잔향 속에서 숨을 쉬었다.
거리는 이미 한낮의 열기에 잠겨 있었지만
내 마음은 봄 끝자락을 맴돌았다.
손끝에 남은 온기를
흘려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벤치에 앉아 보니,
그 빈자리가 되레 뚜렷해졌다.
밤이 오면,
말하지 못한 것들이 천천히 모여
창가에 걸터앉았다.
그 시선을 피하려고 불을 껐더니
어둠이 오히려 모든 것을 밝혀버렸다.
계절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는 발목이 풀리지 않았다.
바람이 스쳐가도,
매듭은 여전히 손안에서만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