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날의 비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어.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작은 파문이 골목 바닥에 번졌고,
그 파문 속에서 네 얼굴이 아른거렸지.
우리가 함께 걸었던 그 길,
물웅덩이에 비친 가로등 불빛마저도 따뜻하게 느껴지던 시간.
내 어깨 위로 번져오던 너의 시선과,
비를 피해 내 쪽으로 조금 더 다가서던 발걸음.
그 모든 것이 지금은 먼 풍경이 되었지만,
마음을 기울이면 여전히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다시는 오지 않을 계절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 길을 찾아가.
혹시나 네가 우산을 들고,
익숙한 미소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헛된 바람 때문에.
하지만 그곳엔 오직 비 냄새와,
아직 마르지 않은 내 마음만 고요히 남아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