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피하던 그 골목

우정

by 서령

우리는 우산 하나를 나눠 썼어.

내 어깨와 네 어깨가 번갈아 젖어도,

그건 전혀 문제가 아니었지.

작은 우산 속에서 우리는 세상에 둘만 있는 듯 웃었고,

그 웃음이 장마처럼 오래 흘러서 하루를 금방 삼켜버렸어.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를 덮던 빗줄기는 점점 잦아들었고

대신 서로 다른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어.

네 소식을 들으면 반가움보다,

‘아, 이제는 나 없이도 잘 지내는구나’ 하는 묘한 공허함이 먼저 찾아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가 내리는 날이면 여전히 그때의 우리가 떠올라.

비 냄새와 젖은 골목길의 빛깔,

그리고 서로의 온기를 잊지 않으려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섰던 우리.

아마 그 기억은, 우산 속에 남아 있던 웃음처럼

끝내 사라지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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