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 소나기
하늘이 낮게 내려앉은 오후, 회색빛 공기가 골목을 감싸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은 이른 저녁처럼 희미했고, 빗방울은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머물던 것처럼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내려왔다.
나는 우산 끝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는 속도를 따라가며 한 발 한 발 걸었다.
누군가의 발자국이 옆에 있었다면 아마 이 길이 조금 덜 길었을 것이다.
차가운 공기가 볼을 스치고, 빗소리가 마음속 빈자리를 두드릴 때면
그 안에 잠들어 있던 이름이 조용히 깨어난다.
손끝이 닿을 만큼 가까웠지만 끝내 잡히지 않던, 그 온기.
그 거리는 바람처럼 스쳐갔고, 남은 건 내 어깨에 번지는 차가움뿐이었다.
비에 젖어 추위에 떨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어느새 나는 빗속에 서 있었다.
나를 덮는 건 빗물뿐인데, 왜 이렇게 숨이 막히는 걸까.
혹시 이 떨림이 사라져 버리면, 그마저도 잊힐까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비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빗줄기 속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렀다.
길 위의 불빛이 번지고, 발자국 소리가 빗소리에 묻히면
나는 더 이상 걷고 있는 건지, 아니면 멈춰 서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눈앞의 흐릿한 풍경 속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를 찾고 있었을 뿐이다.
물안개처럼 금방 사라질 걸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비가 그치지 않기를 바랐다.
정말, 언젠간 이 비가 그치고 마음이 마를 날이 오겠지.
그날이 오면 나는 젖은 어깨를 가볍게 털어내고
햇살이 내린 길 위를 웃으며 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빗속에서 조금만 더 머물고 싶다.
아무도 모르는 떨림을 마지막까지 붙잡아 두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