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길을 걸을 때
햇살은 여전히 부드럽게 내려앉았지만,
그 따뜻함이 오늘만큼은 마음을 덥히지 못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걸었다.
길가의 나무들은 가벼운 잎사귀를 흔들었고,
그 그림자가 우리의 발끝을 스쳐 지나갔다.
한때는 이 길을 걸을 때마다
작은 농담에도 웃음이 터졌고,
서로의 발걸음을 맞추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채워졌다.
하지만 오늘, 발소리는 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멀어지는 계절처럼,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손끝이 닿아도 잡지 않았다.
대신, 눈에 담았다.
이 길 위에서 함께 걷는 너의 뒷모습,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를 표정.
길의 끝이 보였을 때,
나는 발걸음을 조금 늦췄다.
끝까지 옆에 있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이 순간을 붙잡고 싶어서였는지.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에 너의 옷자락이 멀어져 갔다.
멀어지는 뒷모습 위로,
낮게 깔린 햇빛이 길게 번졌다.
그 빛 속에서 너는 점점 작아졌고,
나는 그 작아진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오늘을 천천히 놓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