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풀려가는 여름 날씨
유리창 너머로 빛이 천천히 번져왔다.
그 속도가 어쩐지 느릿해 보여서,
나는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할 일은 분명 있었지만,
지금만큼은 그 일을 뒤로 미루고 싶었다.
커피는 식어가고 있었고,
책은 첫 장에서 멈춰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시간이 참 좋았다.
바쁜 하루 속에서
가끔은 이렇게 멈춰 서야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밖에서는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가고,
바람은 가벼운 소리를 품고 지나갔다.
그 모든 소리가 배경 음악처럼 흐르는 오후.
나는 그 안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세상은 늘 빠르게 흘러가지만,
모든 순간을 전속력으로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이렇게 멈춰 서서
햇빛의 온도를 느끼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