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틈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가장 조용한 위로

by 서령

아침은 늘 같은 소리로 시작된다.

주전자에서 물이 끓는 소리, 창밖에서 들려오는 출근 버스의 브레이크음,

그리고 휴대폰 알람을 미뤄버린 뒤 찾아오는 짧은 고요.

그 고요 속에서 하루를 시작할 용기를 조금씩 모은다.

때로는 이 첫 고요가 하루 중 가장 사치스러운 시간이 되기도 한다.

창문을 열면, 바람이 어제와 오늘의 경계를 가볍게 스쳐간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특별한 것도 없지만,

그 빛이 스치는 모든 것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어제보다 부드럽고, 내일보다 선명하다.

점심 무렵이 되면, 커피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이

내 마음의 먼지까지 씻어내는 것만 같다.

사소한 대화와 웃음 속에 흘러가는 시간은

대단한 의미가 없더라도 이상하게 오래 기억된다.

사람은 아마도 큰 사건보다

이런 작고 평범한 순간들에 의해 살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해가 기울면, 하루를 반쯤 접은 종이처럼

조심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내가 잘한 일보다 놓쳐버린 일들이 더 크게 다가오지만,

그마저도 ‘오늘’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묵직한 선물처럼 남는다.

후회도, 웃음도, 다 같은 색깔로 서랍 속에 들어간다.

밤이 오면, 창문 너머로 불빛들이 조용히 깜빡인다.

그 불빛들은 다른 사람들의 하루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작은 증거 같다.

어떤 불빛은 피곤에 찌든 모습일 것이고,

어떤 불빛은 기분 좋은 웃음일 것이다.

그 속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하루는 이렇게 스쳐 지나가지만,

그 틈틈이 남겨진 마음의 조각들이

나를 내일로 옮긴다.

그리고 나는 내일의 나에게

조금은 더 부드러운 하루를 선물하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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