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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국진 Nov 19. 2017

안녕, 찬란한 스페인의 도시들아

아자매의 스페인 여행 2편


아자매의 스페인 여행 2편

도시별 명장면 기록 :)


부산에서 출발, 도쿄에서 1박, 홍콩을 경유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쌩얼에 마스크를 하고 안경을 끼고 앞머리를 올린 채로 우리는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까지 렌페(Renfe)로 이동했다. 바르셀로나 도착이었지만 사실 스페인 도시들 중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은 건 마드리드였다. 아침 7시쯤 도착해 마드리드로 이동한 우리는, 그날 밤까지 마드리드를 여행했다.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산츠역까지는 티켓을 구입해 가야한다.
바르셀로나 산츠역에서 렌페를 타고 마드리드 아토챠역까지 이동했다. 렌페는 미리 예약하고 티켓을 프린트해서 가져갈 것.
렌페 탑승 전 샀던 하몽감자칩과 레몬맛 환타! 스페인 여행 내내 저 하몽 감자칩을 사랑하게 됐다니까.

11박 12일 스페인 일정 공개

도쿄에서의 일정은 제외하고, 스페인 여행 계획은 이랬다. 중간에 날씨 등을 고려해 여행 계획을 수정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계획한 대로 여행할 수 있었다.

특히 바르셀로나에선 가우디 투어 신청을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티켓을 예매해 개별 여행했기 때문에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하고 갔다. 우리 여행 계획은 지금 생각해봐도 완벽했다고 본다.

아래는 위시빈을 이용해 짰던 여행 일정. 일정별로 메모를 넣거나 예산을 기입할 수 있고, 소책자로 인쇄해 가이드북처럼 들고 다닐 수 있어 정말 좋았다. PDF 파일로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휴대폰에 넣어가면 인터넷 없이도 우리가 조사한 사전 정보들을 여행지마다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우리가 여행했던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마드리드, 톨레도, 바에사, 그라나다, 네르하, 론다, 세비야, 바르셀로나 순이다. (스압에 주의하세요 ㅠ)




티센 보르네미사로 기억될 마드리드

마드리드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도 아쉬운 곳은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이다. 미술관에 한한 한, 나는 전적으로 언니에게 결정권을 넘겼다.


언니가 선택한 곳은 세계 3대 미술관에 속하는 '프라도 미술관'이 아닌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이었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두 미술관을 모두 가는 것이었지만 긴 비행에 30시간 넘게 한번 눕지 못하는 일정에서 그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왜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이었을까?


첫째, 언니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티센 보르네미사에 많았다 점. 둘째, 무엇보다 강력한 이유!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의 모든 작품은 촬영이 가능하다. (카메라에 빨간 줄을 그어놓은 표지판을 보았다면 그것은 플래시를 터트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셋째, 스페인의 미술사 보다 유럽의 미술사를 훑을 수 있다는 것.


사랑스러운 티켓. 티켓도 기념품이 되는 기적. 언니는 조심스레 고흐 그림이 그려진 티켓을 갖겠다고 함(ㅎㅎ)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전경. 누구나 마음껏 사진찍을 수 있다.


나는 1번과 3번의 이유 때문에 꼭 다시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을 찾을 것이다. 문외한인 내가 봐도 유럽의 미술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훌륭했다. 작품은 3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면서 봐야 하고, 팸플릿을 꼭 챙겨서 몇 번 방이 어떤 시대, 어떤 나라 작가의 작품인지 확인하면서 보는 것이 팁이다. 언니는 아는 작가와 작품이 많았다. 그녀의 박식함에 찬사를.


쨌든 프라도 미술관에 가보진 않았지만 나는 우리의 선택이 정말로 옳았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피로와 허리 통증 때문에 중간에 잠시 정신을 잃을뻔했지만(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 안에서 느꼈던 평온함과 큰 울림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정신을 잃을 뻔 한 와중에도 마음에 드는 작품과 작가를 찾아보던 기적을 행하신 나란 사람. 집중의 모은 입술.
언니는 고흐와 마주해 한참을 보고 서있더니, 돌아가서 다시 보고 다시 봤다. 가까이서 보면 정말이지 경이로운 작품이야.
보이시나요. 붓이 지나간 흔적.

특히 고흐 그림을 보고 달려가던 언니의 뒷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흐뭇한 웃음이 번진다. 고흐의 유화작품은 시공을 초월해 고흐와 우리가 만나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의 붓이 지나간 흔적이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마드리드에 간다면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에 꼭 방문하길, 바란다!


(+ 여담 : 언니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나라 에스컬레이터에 보면 티센이라고 적힌 것이 보일 거다. 티센 보르네미사 가문의 그 티센이다. 흥미로워서 죽을 뻔. 에스컬레이터 탈 때마다 고흐가 떠올라서 피식 웃는다고. 티센 보르네미사 가문은 세계에서 2번째로 예술 수집을 많이 한 집안이란다.)



풍차, 인생샷, 콘수에그라, 톨레도

우리는 굿맨가이드 투어로 남부 2박 3일 투어를 했다. 마드리드에서 출발해 처음 도착한 곳이 톨레도의 '콘수에그라'였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지역이다. 스페인 여행자들에겐 풍차 마을로 유명하다. 톨레도의 첫인상은 '인생샷 하나 건지겠네'였다. 하지만 가이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좀 서글퍼진다.

우리 모두 <돈키호테>를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실제로 돈키호테는 엄청나게 두꺼운 소설책이란다. 우리는 소설의 내용을 대충 이렇게 기억한다. 기사소설을 너무 읽은 나머지 정신이 돌아버린 돈키호테가 자신을 기사로 착각해 기행을 펼치는 이야기 정도로 알고 있는 것이 전부다. 어릴 때 세계 문학을 넘나 가볍게 접하기 때문이지. 권선징악의 정도로만. 어쨌든 돈키호테는 세계적으로 문학적 가치가 엄청나고, 전 세계 작가들이 최고로 꼽는 소설 중 하나다.

콘수에그라는 돈키호테의 고향이고, 소설 속에 이렇게 등장한다. 정의의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는 돈키호테가 콘수에그라의 풍차를 적(거인)으로 착각해 싸우려 들다 부딪혀 나뒹구는 장면으로. 풍차들이 일렬로 뚝뚝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전경을 찍기는 어렵지만 인물사진으론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정도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쓰다 문득 생각이 나서, 돈키호테 책을 주문했다. 제대로 읽어봐야지.


저기 고속버스에서 내려 뚝뚝 떨어진 풍차에 저마다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습니다! 아래는 풍차 안 모습.



가장 아름다웠던 도시, 바에사

스페인 남부 투어 중 '바에사'에 들린 것은 행운이었다. '바에사'는 도시에 대한 정보가 잘 없기도 하고, 대부분 들리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추석 특별 프로그램인 '올리브유 테이스팅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바에사에 들렸다.

남부투어 했던 동행분들이 입을 모아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하는 곳이 '바에사'였다. 고대 로마제국의 속주였으며, 이 영향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물이 마을을 메우고 있다. 마을을 걸으면 이탈리아에 와 있다고 착각이 들 정도다(라고 한다, 아직 이탈리아에 안 가봐서 모름). 스페인 남부를 여행할 때 1시간 정도 둘러보면 좋은 도시다.



경이로운 알함브라, 그라나다!

스페인 흥망성쇠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그라나다는 빼놓 을 수 없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 곳이다. 800년 동안 스페인 국토의 2/3를 지배했던 이슬람 세력의 마지막 왕조의 궁전이 있는 곳이다.


스페인 여행 전에 역사를 공부하며 가장 많이 접한 이야기가 알함브라에 대한 이야기다. 스페인의 국토회복운동으로 결국 이사벨 여왕에게 알함브라의 열쇠를 넘겨줘야 했던 이슬람 왕조. 마지막 일화가 인상적이었는데, 경이롭고 아름다운 알함브라의 모습을 보존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물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알함브라를 궁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알함브라는 거대한 마을이었다. 안에 궁전과 목욕탕, 정원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특히 수로와 분수, 색색의 꽃들로 꾸며진 이슬람식 정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 건축물들이 오로지 수학적 계산에 의해 축조된 것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


알함브라는 개별 투어로는 가기 힘든 곳이다. 온라인으로 예매를 하지 않고, 당일에 줄을 서는 방법을 택한다면 '절대 입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유산이지만, 알함브라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어떤 조직 때문에 매일 입장 규칙도 바뀐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노후를 네르하에서 보낼 수 있다면


네르하는 그야말로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다. 유럽 사람들은 이곳에서 일주일씩 머무르면서 휴가를 즐긴다. 은퇴 후 노후를 보낼 곳으로도 인기. 해변은 말도 안 되게 작았지만, (해운대를 생각한다면 정말 한 1/50 정도?) 수평선과 맞닿은 산맥을 보니 바다에 뛰어들고 싶었다. 샤워시설만 있었다면 뛰어들었을지도 모르지. 파도는 꽤 높은 편이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1박을 하면서 해수욕을 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해변 위로 들어선 카페나 바를 투어 하면서 하루 종일 보내도 좋았을 것 같다. 노후를 이곳에서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꼬리찜과 만취 인 론다

투우의 발상지 론다. 그래서 소꼬리찜이 이 지역의 대표 요리다. 내가 가장 잊지 못하는 스페인의 밤은 론다의 밤이다. 우리는 여행 가기 전 론다의 저녁식사에 대해 고심했다. 스페인 국영호텔인 '파라도르'의 '디너'를 예약하면 누에보 다리를 보며 식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 끼 정도는 잘 먹고 싶었는데 1인당 4만 원쯤 하는 식사비를 보니, 또 간이 쪼그라들어서 결국 그냥 가게 됐다.(다음에는 꼭 먹어봐야지)

누에보다리. 이렇게 아래에서 내려다보려면 왕복 30분으로 내려갔다 오르막길을 올라야 함! 아래는 돈미겔 식당과 만취인 론다녀.

그리하여 우리가 간 식당은 돈 미겔 호텔 식당이었다. 누에보 다리의 뒷모습이 보이는 곳! 테라스에 겨우 자리를 잡고 소꼬리찜과 가스파쵸(차가운 토마토 수프 정도?)를 시켰다. 맥주와 소꼬리찜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우리와 가까이 자리한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하는 한국 여성분과 대화를 하게 됐고, 어쩌다 식후주를 나눠주셨다.


한잔 주신 다기에 넙죽 받아먹었는데 웬걸. 감덩의 눈물 콧물을 쏙 빼는 맛! 와인과 양주를 섞은 맛! 술 좋아해요?라고 물으시기에 넵 하면서 한잔 더 받아먹었는데, 알고 보니 40도짜리 술이었다. 몽롱하게 취해서 본 론다의 야경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여러분 식후주는 요리를 많이 시키면 줍디다. 꼭 드셔 보세요.



가장 아쉬움이 남는 세비야

남부투어 마지막 일정은 세비야. 김태희가 CF에서 플라멩코를 췄던 스페인 광장과 세비야 대성당을 보고 왔다.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조금 지쳤었기 때문에 큰 감명은 없었다(솔직). 오로지 바르셀로나로 가기 전, 물가가 싼 남부에서 쇼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 밖에는. 그렇게 우리는 마티덤을 잔뜩 사 왔다고 한다 ^.^

스페인광장 전경. 광장에는 플라멩코 공연, 상품을 팔러 나온 집시들, 비누방울 놀이하던 사람들, 마차타는 사람들이 있다.
세비야 대성당에 안치된 콜럼버스의 관. 신대륙을 발견해 스페인에 바치고도 버림받은 이 ㅠㅠ

그래서 다음에 가면 세비야부터 들리고 싶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스페인 광장의 캐스터네츠 아저씨. 아, 너무 흥겹게 치시길래 어떻게 치는 거냐고 물어봤다가 흥에 취해서 사버림! 아저씨가 이건 플라스틱 아니고 원목 좋은 거라고, 프로들이 쓰는 거라고, 2개에 십 유로. 후회는 안 하지만 교훈을 얻었지.



가우디, 가우디, 가우디의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남부투어를 빼놓고 우리는 바르셀로나에 5일 머물렀다. 가우디를 만나는 날은 마침 내 생일이었다. 일생일대에 다시없을 특별한 생일이라 기억한다.


바르셀로나는 사실 스페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도시는 아니었다. 관광지, 라는 표현이 딱 맞는 도시. 가우디가 없었다면 바르셀로나에 쇼핑 말고 뭐가 있을까 싶었다. 물론 바르셀로나 대성당과 바르셀로네타 해변, 람블라스 거리 등 랜드마크들은 있었지만 '가우디'가 없었다면!


잊지마. 내가 언니 인생샷 찍어줬다. 카사 바트요에서.
카사 밀라! 사람이 워낙 많아서 어디 앉아서 생각하고 그럴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가우디를 만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현지 가이드 투어로 1일 동안 돌아보는 방법과 온라인으로 티켓을 예약해 개별로 투어 하는 방법.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가이드 투어는 가우디의 모든 건축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에서는 일본어 오디오 가이드로 설명을 들었고, 구엘 저택에서는 인터넷에 의존해 투어했다. 카사 밀라와 카사 바트요는 오디오 가이드 한국어를 지원하기 때문에 특별히 가이드가 필요 없었다. 다시 가도 개별 투어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유가 있다면,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1일 가이드 투어 후 그 다음날 1일 개별 투어다. 그리고 스페인 여행 가기 전에 가우디에 대한 다큐멘터리 하나쯤 보고 가면 정말 도움 많이 된다. 아 참, 그리고 개별투어를 할 생각이라면 반드시 예매하자. 여행에 있어서 '뭐 사람 많겠나 가서 티켓 사지'하는 생각은 당신의 시간을 길바닥에 버리게 할 것이니까. ^.^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에서 2시간가량 머물렀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성당 안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건물 안과 밖이 자연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지은 이의 넘치는 배려와 사랑이 느껴져서 마음 깊숙한 곳이 따뜻했다.



언제 또다시 스페인에 갈 수 있을까.
마음만 먹으면 당장 내년에라도 갈 수 있겠지.



3편은 스페인에서 먹었던 음식을 들고 찾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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