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산다는 것

당신은 잘 먹고, 잘 살고 있나요

by 들국진

걸으면서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그것은 곧 '돈'이 있어야한다는 말이라 단정짓습니다. 마냥 꿈을 쫓으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나는 내가 이렇게 살아갈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25살이면 취직을 했을 것이고, 자동차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7살엔 독립해 멋진 오피스텔에서 가끔 와인 한잔을 마시고 잠에 드는 상상도 했지요. 겪어보기 전엔 정말 몰랐던 사실들이 많았지요. 현실은 상상처럼 달콤하지 않다는 것도요.


정작 나는 27살에 취직을 했고, 31살인 지금도 독립하지 못했습니다. 독립하면 어느 순간 완전히 자본주의에 매몰되지 않을까, 대출을 받는 그 순간부터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겠지 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빚이 내 직장생활을 견디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정말 동의합니다. 그런데 내가 진심으로 그렇게 하고 싶은 걸까요? 그리고 정말 이대로 좋은 걸까요?

2016년 마지막 해가 지던 순간, 그때 했던 생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어떨까요. 먹고 살 수 있을까요. 당장 하고 싶은 일은 뭘까요. 이번주 지진 이후로 내 심리상태는 말도 안되게 불안정했습니다. 아무도 내 탓을 하지 않았지만, 난 나의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힘을 내보려고 해도 자꾸 주저앉게 됩니다. 더 이상 이 일을 지속할 힘이 없는 건 아닐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먹고 살 길이 막막했습니다. 꿈을 쫓아 반짝이던 나의 눈빛이 어느새 어떻게 돈을 벌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조금 욕심을 버린다면 남의 시선따위에 굴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31살이니 결혼을 해야하고 이제 슬슬 독립준비를 해야하며 직장에서는 어느정도 인정을 받아야한다는 통념을 무시해버린다면요.


그저 한번의 용기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 겠지만 그 대가가 두렵기 때문에. 그냥 전 저대로 살래요, 라고 말할 자신이 아직은 없습니다.

내년에 그 길에 폈던 벚꽃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지난 날,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내 꿈을 이야기하던 때가 그리워졌습니다. 이제 다시는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 같아서 무척이나 슬펐습니다. 너무 많은걸 알아버렸으니까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 살고 싶은 인생이 무엇인지 시원하게 얘기할 수 없으니까요. '언니 요즘 삶의 낙은 뭐에요?'라고 묻는 후배에게 나는 '없어'라고 답했습니다. 자꾸 그 장면이 떠오릅니다.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봅니다.

항상 포도송이가 되는 사무실 전화선. 오른손으로 받고 왼손으로 끊는 습관때문에 늘 이렇습니다.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중요한 시기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나와 조금 더 많이 대화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조금 더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어딘가에 몰두하고 몰입하는 내가 좋은 것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무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생각만 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당신은 잘 먹고, 잘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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