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갔다 마주하게 된 나
어느덧 직장생활 5년을 다 채워간다. 나의 학창시절 생활기록부엔 쾌활하고 명랑하다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대부분의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청소시간에 아이돌 춤을 따라추며 서슴없이 흥을 발산했었다. 그땐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중학교 땐 컨닝을 하는 아이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적어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고, 고등학교 땐 일진들이 컨닝했다고 떠들고 다니기에 열받아서 가서 따지기도 했다. 다구리 당할 수도 있었는데 왜 겁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나의 학창시절은 흥이 많고 쓸데없이 정의감에 불탔던 시절이었다.
스무살을 지나 적지 않은 아르바이트를 거쳤고 취직으로 가는 길목에 단기계약직이라는 이름으로 별 중요치않은 일들을 하며 겪은 사회란 곳은, 사실 충격 그 자체였다.
알바생에게 반말하는 이들을 마주하는 건 일상이었고, 직원 머리위로 서류를 날리는 상사가 현실에 존재했다. 야간알바 중에 구두에 맞은 적도 있고, 눈 앞에서 모욕당하는 옆자리 언니를 도와주지 못했던 아픈 기억도 있다. 결제판으로 직원의 머리를 콕콕 찍어대는 광경이라니. 사무실에서 욕설이 들린다니.
사회에 나와보니 세상엔 미친 사람들이 꽤 많았다. 세상이 미치게 만들기도 하니까.
어쩜 이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이제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면서 나는 더이상 '깝치지 않게' 된 것 같다.
후배와 외근을 갔다가 동영상을 찍었다. 맘껏 깝치지 못하는 순간이 기록된 걸 보니 찡했다. 깝침을 억압하는 습관이 든 사람같아서 좀 그랬다. 잘 깝칠 수 있는데, 좀 더 깝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밤이다.
2017. 11. 28.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