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일요일 밤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

by 들국진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지난 일주일, 내가 맡은 일을 다 해내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모든 일을 끝낸 금요일 오후, 맥이 탁 하고 풀어졌습니다. 사실 주말에도 일을 할 생각이었지만 그냥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휴식을 취해야 남은 2017년의 험난한 여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입니다.


오늘은 밀린 방청소를 끝내고, 밀린 빨래를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조용한 카페에서 소설책을 읽고, 주식공부를 좀 하고, 2018년 계획을 구체화 하기 위한 카테고리 정리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알라딘에 들러 합리적인 가격에 중고책 2권을 구입했고, 학창시절 자주 가던 서점에서 주식 기본서를 샀습니다.


책을 산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사는 것만으로도 이미 지식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요. 지식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기분으로 별다방에 들어섰습니다. 오늘은 주말이었죠. 일요일에 사교모임이 그렇게나 많은 줄 몰랐습니다. 다들 할말이 많은 얼굴로 무언가 열심히 '이야기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동안 나는 주말에 데이트를 하느라, 그 사람을 보느라 카페가 그렇게 시끄러운 줄 몰랐습니다. 솔로가 되고 나니 새삼 느끼게 되는 주변의 환경에, 놀라는 일이 잦습니다. '새삼'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구나.


별다방에서 빠져나와 확장했다는 근처 카페로 향했습니다. 그쪽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지만 '혼객'을 위한 자리가 훨씬 많았습니다. 단점은 커피를 큰 사이즈로 주문할 수 없다는 것이었지요. 커피값도 비싸고요. 어쨋든 지식의 바다에 뛰어든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집중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한국 작가의 소설책을 읽고 싶어서, '모던하트'와 김영하의 단편소설 모음집을 구입했습니다. 먼저 모던하트를 읽기 시작. 푹 빠져들어 읽은지 1시간 30분. 노트를 꺼내 2018년 세부계획을 세우기 전 마인드맵처럼 큰 카테고리를 정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나의 가장 시급한 목표는 '재산증식'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리곤 주식 기본서를 꺼내 열심히 공부했죠.


어느 정도 욕구가 충족되자 화장실이 급했습니다. 화장실 가는 길에 주변을 살펴보니, 그 카페는 '소개팅 명소'였습니다. 여기저기 어색한 미소를 띈 남자와 허공을 응시하며 알쏭한 미소를 짓는 여자들이 보였습니다.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뒷 테이블도 소개팅 중이었지요.


그걸 알고 자리로 돌아왔더니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뒷 테이블 여자와 남자의 대화가 자꾸 귀에 들어왔습니다. 그 광경을 보자니 2018년엔 한가지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개팅은 체질에 안맞아 도무지 못하겠고, 동호회를 하자고 결심했지요. 어플리케이션을 받아 열심히 뒤졌습니다. 조만간 기타동호회에 가입할 것 같습니다.


오늘 밖에서의 시간이 참 묘하게 즐거웠어요. 점점 혼자의 시간을 즐기게 되어 기쁜 일요일입니다.


주말 휴식과는 별개로 매주 일요일 저녁 제가 즐기는 시간이 있습니다. 막장 미드를 보며 캔맥주를 따는 일입니다. 고전이고 너무 옛날 드라마이긴 하지만 위기의 주부들 시즌을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캔맥주와 함께 미드 정주행이 시작됐습니다. 맥주와 미드만 있어도 이렇게 행복해지는 걸 보면, 나에게 맞는 슬럼프 극복방법을 찾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별했을 땐 하염없이 걸으면서 나쁜 생각을 떨쳐냈습니다.


지금은 어떤 일요일 밤에 대한 기억을 잊기 위해서 내가 즐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계만 바라보던 그때를 이제야 비로소 잘 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다른 누군가가 내 옆자리를 채워준다고 해서 내 외로움을 잠시 덜어줬다고 해서, 내가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괴로워야할 일은 괴롭고, 이겨내야할 일은 '옆사람'과 상관없이 내가 이겨내야하는 일입니다. 누구보다 내 마음이 중요합니다. 내 마음을 잘 돌보고 내 자리에서 할일을 잘 해내고 내가 좋아하는 내가 되기 위한 시간에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좀 괜찮은 밤입니다. 다들 나를 사랑하는 일요일 밤이 되길.

매거진의 이전글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