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친했던 동생의 sns를 보다가,
조금의 망설임 끝에 팔로우를 끊어버렸다.
얼마 전 결혼을 한 그녀는
무척 잘 지내고 있는 듯했다.
아침이면 출근하는 남편의 식사를 챙기고,
네일숍에 가서 예쁜 손톱으로 치장을 하고,
비싼 결혼 선물들을 인증하고,
화려한 카페에서 해외여행 계획들을 세우고,
그럴듯한 자기 계발서를 읽고,
저녁이면 다시 남편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그런 삶.
한 번도 만나본적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녀의 남편은 좋은 사람 같아 보였다.
푸근하고, 왠지 그녀의 제멋대로인 성격을
다 받아줄 것 같은 그런 인상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그들이 정말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냥 그뿐이었다.
그때 내 나이가
스물하나, 둘 즈음.
우린 대학교 신입생 환영식에서 처음 만났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학교를 입학했다는
공통점 때문이었는지 급속도로 친해졌고,
난 유쾌하고 순수한 그 애가 정말 좋았다.
시끌벅적하고 따뜻한 가정에서
듬뿍 사랑받고 자란 모양새랄까.
사람이 무언가 티가 없달까.
"언니 생각나서 샀어.
우리 이거 커플로 하고 다니자."
"이거 우리 우정반지니깐 빼면 안 돼 언니.
진짜 절교야 그럼!!"
꼭 값비싼 브랜드의 물건이 아니어도,
어딘가에서 내 생각이 났다며 작은 선물 하나씩
내 손에 들려주는 그 마음이 참 예뻤다.
가끔 지나치게 아이 같은 그녀의 모습에
힘겨울 때도 있었지만,
친구니까 이해했고, 친구니까 다 괜찮았다.
아마 그녀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그렇게 원했던 대학이라는 곳에
아무런 감흥이 없어진 것도,
점수를 받기 위해 억지로 해야 했던
거짓 같은 크리틱 시간도,
끔찍하게 외로웠던 인천 생활도,
어쩌면 난 그 애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늘 함께 였다.
과제를 할 때,
학교를 땡땡이칠 때,
아르바이트하던 곳의 상사를 뒷담화해 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
오늘은 맥주가 아닌 소주가 마시고플때,
비가 올 때,
20대의 반 이상을 함께 보낸 연인과의 만남에
마침표를 찍었을 때,
무너지는 내 감정을 지켜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때.
너무 변해버린 오늘의 그녀를 보는 것이
솔직히 좀 힘겨웠다.
나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부류의 사람이었는데
우리는 지금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사람은 변한다.
바뀔 순 없지만, 변할 순 있다.
어제는 나를 위해 만원짜리 우정반지를 사며
아이처럼 좋아하던 그녀가
오늘은 인스타그램에 티파니 반지를 인증하며
뿌듯해할 수도 있는 거다.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
그냥,
더 이상 우리는 예전처럼 자연스레 섞일 수 없는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되었을 뿐.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그녀가 행복하길 바란다.
언젠가 태어날 그녀의 아이에게도
그녀가 따뜻한 부모님 밑에서 사랑받는 만큼,
건강한 사랑을 듬뿍 전해주기를.
한 번쯤은 그녀도
그때의 순수했던 우리를,
그 시간들을 그리워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