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노래 19

- 종로성당

by 차거운

천하의 사학죄인 무부무군의 대역죄인

오가작통 그물질로 잡고 또 잡아

감옥이 넘쳐나더니

후미에처럼 안 믿는다고 한 마디 하면

살려주마 놓아주마 이 좋은 세상 오래 살려무나

그렇게 유혹하고 때리고 주리 틀고

진물 흐르고 배곯고 모욕당하면서

곡식 까부르듯 쭉정이와 알곡 거르듯

유혹하고 어르고 달래던

돼지고기 한 점 먹으면 살 수 있다고

안티오쿠스 왕처럼 세상의 권력이 으르렁거리고

당고개로 절두산으로 서소문으로 흩어져

목 잘리고 죽어서 하늘 시민으로 태어나던

그 세상의 아수라장 한 복판

이제 우뚝 성당 하나 서 있네

당신의 생각은 인간의 생각과 같지 않아

우리는 헤아릴 길 없네

누군가에게 치욕의 길이 누군가에게 월계관을 쓰는 영광의 길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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