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동성당
명동대성당에 오르다 보면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지나간 추억의 시간들 떠오르네
22년 동안 이곳을 들락날락하며 살았던 세월
명동성당 마당 안쪽 초등학교랑 여고랑 학교가 있던 자리
이제는 사무실과 명동밥집과 영성센터가 있는 곳
그 뒤뜰에서 열리던 성모의 밤
촛불들 환하게 일렁이며 꽃처럼 피어나던 오월의 밤들
2014년 프란치스코 교종이 성당 마당을 가로질러 가시다가
교문에서 꽉꽉 거리는 아이들 소리에 끌려 다가와 축복을 주던 일
1987년도에는 명동성당에 들어온 시위대에 도시락을 전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
세상의 변방에서 세상의 중심이 된 곳
지하소성당에는 성인들의 유해가 있고
시대와 함께 세상과 함께
걸어가는 순례의 길
익명의 그리스도인들
누구도 구원의 경계 밖에 있지 않도록
두 팔 벌려 세상을 껴안아야 하리
자캐오들도 불러 모으고 창녀도 도둑도 죄인도
불러서 기쁨의 잔치를 열어야 하리라
밀과 가라지가 한데 어울려 살고
죄인과 성인이 함께 잔을 들며
슬픔과 기쁨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희망의 포도주 떨어지지 않도록 물동이에 물을 길어 담아야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