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유록 2

- 요양원의 유마에게

by 차거운

오늘은 로마에 가서

콜로세움에서 굶주린 짐승의 사나운 이빨이

순교자들의 여린 살들을 물어뜯는 것을 보아야 한다


그대는 객석에 앉아 있는가

아니면 경기장에 서 있을 것인가


그리고 발길을 돌려 폼페이를 보련다

삶의 자리가 무덤이 된 그곳에서

모든 것이 재로 덮인 도시를 천천히 걸으리라


스페인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에서

속삭이던 밀어들을

생각하리라 덧없이 흘러가는 삶의 숨결들


그리고 가자의 폐허가

그 모든 장소들과 같다는 점을 생각한 뒤

미사일에 부서지는 키이우의 건물들이

모로 쓰러지는 광경을 보아야 한다


겸재 정선의 화첩을 보면서

진경산수의 풍경에 사로잡히듯

고통의 연기 피어나는 곳에 내 마음 머무니


먼지여 살아라

먼지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

부서지도록 힘껏 살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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