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원에서
수양대군, 나의 형
나를 죽이지 마 나는 꿈꾸는 사람일 뿐이야
조비가 동생 조식을 죽이고 싶어 핍박하며
일곱 걸음에 시를 짓지 못하면
죽이리라 지어라 하기에
콩깍지와 콩줄기를 태워 콩을 삶 듯 하네
시로 탄식하여 살았건만
형은 어이 나를 모질게 죽음으로 내모는가
나는 비해당에서 무릉을 꿈꾸었을 뿐
세상의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그의 신도비가 되었듯
나의 몽유도원 이 그림은
나의 제문이 되었네
저승으로 가는 길은 감춰져 있고
싱크홀과 같아
언제 어디서 얼마나 한 크기로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네
꿈꾸는 자들을 불온하게 여기는 세상은
여전하구나 깨어 있는 자들의 몽유
세상은 모두 잠들었는데
나만 아직도 깨어서 꿈을 꾸는구나
붉은 도화 향기 바람에 일렁이는 나른한 봄날이여
날은 저물고 갈 길은 여전히 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