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에서

by 차거운

오랫동안 잊힌 도시에서

지나간 날들 생각해 보네

화산이 터질 때까지

떠나지 못한 사람들

청산되지 않은 빚 또는 채권

부산한 살림살이의 곡절들

장사를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쾌락과 슬픔과 회한에 젖어

죽음의 화산재에 묻혀 버린 일상의 삶

뜨겁게 묻혀서 텅 비어 버린

존재의 검은 구멍들

사라졌으나 석고틀의 형상 속에

생생하게 드러난 죽음의 순간들

고통의 물질적 무게와 질감

바글거리는 인파 속에서

들리는 생선장수 빵 장수, 생선 장수의 호객 소리

이 사람을 보라

그대 발 밑을 보라

투명한 생각들 드러나는 여기는

사라진 폼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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