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르코 성당에서

by 차거운

단단한 골격과 곡선으로

바다를 향해 웅크린 이 성당은

번성하던 도시의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오래된 가문의 유산처럼

시간과 피와 땀으로 사들인

금빛으로 물들어

아드리아의 일몰과 햇살과 안개에 천천히

녹고 있다 밀랍처럼 타오르며

오래되고 낡은 모든 것들 앞에

인류가 보내는 경의

사라지는 기억들 감정의 생화들

늘 새로워지는 희망이여

너는 죽지 않으리라

살아서 이 많은 마음들이 스쳐간

성당의 제대와 돌 속에 깃든

신의 얼굴을 보게 되리라

일렁이는 촛불을 보며

단 하나의 기원을 생각한다

무사히 나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길 잃지 않기를

풍요로운 기억으로 채운

심장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20251022_102433.jpg





이전 21화돌로미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