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입

by 차거운

선서합니다 진실만을

말하고 살고 행하지 못함을

그래서 심판은 가을처럼 두렵고

진눈깨비처럼 질척거린다

나를 살게 하는 건 정의가 아니라

사랑받는 일이다 누군가

조용히 온몸의 물과 피를 쏟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다 나는 일종의

피의자다 누군가를 때리고 모욕하고

속였고 미워하고 외면했다 그래서

나는 유죄다 거짓말 탐지기 앞에 서면

종말처럼 두렵다 물어 뜯긴 손가락이

문득 가렵다 누군가의 눈길이

나를 보고 있다 아득히 먼 시간으로부터

그리고 이곳이 아닌 저곳으로부터

누가 너를 아프게 하는가

아무도 아니다가 그랬다

저 입은 두렵다 진실은 두렵다

생의 역설처럼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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