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를 위한 양 떼의 찬가

by 차거운

아무런 장식도 없이 깨끗하게

비어 있는 프란치스코 당신의 무덤은

하얗게 빛나고 군더더기 없이

침묵 속에 잠겨 있으니

노구의 몸을 끌고 다리를 절며

광장을 가로질러

십자가에 손을 얹고

페스트가 휩쓸던 시절의 기도처럼

간절하게 세상을 위해 자비를 청하던

팬데믹의 시간 당신의 기억

성 요한 바오로 2세

휠체어에 무너질 듯한 몸을 얹고

우르비 엣 오르비 축복하던

육체의 연약함보다

사랑이 더 강함을 눈으로 보게 하던 이들

당신들은 얼어붙은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깨고 나아가는 쇄빙선이었음을

이제 압니다 세상 곳곳에서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 않은 자리에서

매일 죽어가는 당신들의 마음이

우리의 양식이요 힘이라는 걸

그러므로 오늘은

당신들에게 기도의 노래

포도주 한 잔을 바치려 하네

세상의 끝에서 하늘의 위로가

만나처럼 내리길

20251023_100723.jpg



이전 27화로마의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