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엘 공원에서

- 천진무구의 꿈

by 차거운

개구쟁이 스머프가 살 법한 곳이다

잃어버린 동심이 빨간 모자를 쓰고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그런 공간과 건물들이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누군가 그랬듯이

동심을 잃어버린 세상은 아버지 없는 인생과도 같은 것

도마뱀과 뱀의 형상들이 혀를 날름거리며 사람들의 마음에

물총을 쏜다 용용 죽겠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보이지 않는 요정들

한 여름밤의 꿈처럼 찬란한 타일 무늬들

나는 여기서 길을 잃어도 좋을 것이다

영구야, 그만 놀고 어서 와 밥 먹으라는

어릴 적 할머니의 음성도 들리지 않을 것 같고

어린이 대공원에서 형의 팔뚝을 걷어 올려 문신을 확인하려던

사복 경찰의 매서운 눈길도 삼청교육대의 기억도

여기에는 찾아오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세상은 얼마나 긴장으로 가득한가

마음의 무장해제, 잠시 여기서는 그래 길을 놓자

길이 스스로 우리 앞에 나타날 때까지

그렇게 여유롭게 한 시절을 보내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방심한 순간

세상이 긴 한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여기는 구엘 공원 동심과 꿈이 복권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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