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난 파사드에서 내려오면서
태풍의 눈처럼 회오리치는
소라의 몸통이 숨어 있는 골격처럼
피보나치 수열이 숨어 있는 자연의 모습처럼
바티칸 박물관의 나선형 계단인양
피렌체 브루넬리스키 쿠폴라에서 내려오는 계단처럼
프렉탈 구조를 지닌 형상과도 같은 미로 혹은 반복
삶은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맺어야 하는 여행인지
현기증 나는 날들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를
희망을 놓치지 않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흔적은 어디에 있는지
그들의 음성이 그립고
그들의 눈빛이 보고 싶어서
빈 공간들을 무엇으로 채워서
추락에 대한 두려움을 건널 수 있을까
너는 나의 마음을 아는지
그리운 것들은 저 아래 혹은 저 위에 있을 것 같아
올라가려는 마음과 내려가려는 발걸음이
뒤섞이는 이 자리
이 계단은 어디로 가는 사다리일까
마음이여 마음이여 눈을 감고
더듬거리며 나아가라 누군가 길을 안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