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난 파사드에서
하늘을 향해 솟구친 저 첨탑들은
야곱의 사다리를 생각나게 한다 거기
천사들이 오르내리고
인간의 희망과 탄식도
분수처럼 치솟다가 멈추고 떨어진다 방울방울
흩어진 마음들 엉기고 엉겨
돌빛으로 굳어서 뾰족하게 서 있다 고개를
들면 지문처럼 남는 형상들
수난 파사드 거기 십자가와 수난의 기억들은
몬세라트 수도원 가는 길에서 본 얼굴과
카사 밀라 옥상의 굴뚝과도 닮았기에
누가 우리의 마음을 저렇게 빚었단 말인가
환희와 영광의 중간에 거쳐야 할 고통의 순간들
피할 수 없는 그 시간을
견뎌야 하는 운명적인 사랑
뛰어내릴 듯 허물어질 듯
두 팔을 뻗고 올려다보면
마주치는 눈길이 나를 받아주렴
속삭이는 듯하여 떠날 수가 없으니
피에타의 몸짓으로 애타게 애타게
불타는 세상의 떨어지는 잔해를 안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