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가족 성당

- 수난 파사드에서

by 차거운

하늘을 향해 솟구친 저 첨탑들은

야곱의 사다리를 생각나게 한다 거기

천사들이 오르내리고

인간의 희망과 탄식도

분수처럼 치솟다가 멈추고 떨어진다 방울방울

흩어진 마음들 엉기고 엉겨

돌빛으로 굳어서 뾰족하게 서 있다 고개를

들면 지문처럼 남는 형상들

수난 파사드 거기 십자가와 수난의 기억들은

몬세라트 수도원 가는 길에서 본 얼굴과

카사 밀라 옥상의 굴뚝과도 닮았기에

누가 우리의 마음을 저렇게 빚었단 말인가

환희와 영광의 중간에 거쳐야 할 고통의 순간들

피할 수 없는 그 시간을

견뎌야 하는 운명적인 사랑

뛰어내릴 듯 허물어질 듯

두 팔을 뻗고 올려다보면

마주치는 눈길이 나를 받아주렴

속삭이는 듯하여 떠날 수가 없으니

피에타의 몸짓으로 애타게 애타게

불타는 세상의 떨어지는 잔해를 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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