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공이산, 그리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오랜 시간의 파도를 견딘 모든 것들 앞에서
묵묵히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한다
우공이산! 한 삼태기의 흙에 담긴 결의
한 세대에 벽돌 한 장을 올리고
다음 세대에 조각상 하나를 새겨서
그렇게 오랜 인내의 세월을 지나
기둥 하나가 서고 둘이 되고
하늘과 땅을 잇는 사다리가 되고
교만으로 쌓아가는 바벨의 탑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로 이어지는 겸허한 마음이
조금씩 드러나는 단단한 골격들
하늘을 향해 뻗어 올린 쳐든 손들처럼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듯하고
가우디의 손길을 지나 또 다른 사람이
저마다의 꿈을 돌과 장식에 새겨 쌓고 또 쌓으니
백 년이 넘어도 지속되는 기도가 된다
미완성의 건물에 영근 믿음이 자리하고
색유리를 통과한 빛들 천상의 노래처럼 찬란하게
공간을 튀어 오른다 마음도 이렇게
볼 수 있다니 만질 수 있다니 들을 수 있다니
놀라워라 세상 곳곳에 신의 지문이 남아
온기가 남아 우리 마음 이렇게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
세월 앞에서 무뎌지지 않는 희망의 기중기
그렇게 하나의 건물은 희망과 섞여 조금씩 위로 위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