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 밀라

by 차거운

내 인생의 한 부분은 스타워즈라는 영화가 차지하고 있다

프루스트의 마들렌 과자처럼

인간의 오감에는 자기만의 기억이 있으니

폭풍군단 그들의 똑같은 모습 클론으로 이루어진 일체감

그 이미지는 내 마음 깊은 곳에 새겨져 있다

오늘 나는 카사 밀라 앞에서

그 상상력의 뿌리를 발견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늘 갱신되기도 한다

그 흑백의 시절이 진진초록의 컬러 세상으로 바뀌고도

나는 오래 거기 머물고 있다 당신은 나의

원초적 기억과 닿아 있다 가우디

저 굴뚝들 손가락처럼 생긴 끝에 버섯처럼 피어난 얼굴들

용광로에서 부글거리며 출렁이는 쇳물이

그렇게 순식간에 굳으면 저런 발코니가 될까

굳은 머리가 세상을 지배하는 날들이 오래되었으니

발칙한 상상력을 지닌 사람들에게

세상을 맡겨보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오래도록 카사 밀라 저 건물을 읽고 있는 나는

파피루스도 아닌 양피지도 아닌

닥종이나 목재의 펄프로 만든 책이 아닌

내부가 빈 공간에 유리와 쇠와 타일이 상상력으로 버무려진

저 비빔밥 같은 건물을 오래 읽고 있었다

조금은 난독증에 시달리며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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