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시내로 가던 중
저 멀리 눈 덮인 설산의 아스라한 모습이 보여
이름을 물었더니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란다
아메리카에도 같은 지명을 가진 곳이 있는데 그렇다면
사람들은 고향땅을 떠 매고 가는 대신 이름을 갖고 떠난 것이겠다
그라나다 시내로 가는 내내 시에라 네바다의 산들이
잘 왔네 반가워 웅얼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따라온다
그라나다 거리를 하염없이 걷다가 대성당에 들어가니
산만 사람의 고향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마다 도시마다 자신의 집을 짓듯
그 도시의 성당은 가장 아름다운 마음의 집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음을 알게 된다
흰 돌과 금빛으로 물든 장식과
갖가지 성화와 조각들이 알알이 들어차
파이프 오르간을 타고 금방이라도
환희에 찬 천상의 화음이 터질 것만 같다
800년의 세월을 지나 다시 주인이 바뀐 이 도시
역사의 곡절을 안고 거리의 꿈들이 스며들어
시간을 먹고 이야기가 자라고
삶이 이 골목 저 골목 흘러 다니고 있다
희망은 늙지 않으니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장궤틀에 무릎 꿇고 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