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수반과 사자

by 차거운

물은 어디에서나 생명이니

로마의 수도교와 분수들이 그렇고

여기 나스르 궁전의 중정에 자리한 수반을

열두 마리의 사자가 둘러싸고 물을 흘리고 있으니

왕 홀로 거닐던 이 금단의 구역에

사람들이 들어와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풍경을 상상으로 엿보고 있으니

신경 쓰이겠다 왕들의 영혼들

무너진 왕권들과 권위들이 남긴 것들 중에

여전히 존중받을 것들이 무엇일까

창은 녹슬고 권력은 흩어지고

사람들의 주먹은 불끈 쥐어져 있다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가

섣불리 자신의 행복을 확신했던 일

죽음이 눈꺼풀을 덮기까지 아무도 모를 일

화려한 궁전에서 왜 나는 수영의 자세를 취하며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며'를 떠올리는가

인간은 다시 생각하건대

그저 잠시 지나가는 그림자에 불과한 것

햄릿의 대사를 읊조리면서 그래서

한 번은 왕으로 살면서 사극에서처럼

'네 이놈 어느 안전이라고!' 호통 크게 쳐보면

시원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세상의 고통과 슬픔이 누군가의

부풀어 오른 심장 때문임을 알게 될 때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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