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브라 궁전의 헤네랄리페 정원을 거닐다
11월의 아침 햇살과 고요함 속에서
그리운 것들을 생각했다 짧은 생의 시간
길게 바라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오래 음미하지 못한 미소에 대해서
마음에 잠시 스쳐간 미묘한 심장의 떨림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지금 노래하고 있는 작은 새의
보드라운 체온을 떠올렸다 손에 쥔 깃털과 공기 속 온기
아름다운 것들은 쉽게 숨듯이 사라지고
기억에 대한 갈증만 오래 살아남는다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떨어지는 물방울이 만드는 투명한 타원의 공
정지의 그 순간! 황홀한 망각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누구이고 그대는 또 누구이길래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지나쳐 가는가 심장의 떨림
멈추지 않고 어깻죽지가 문득 가려워지는 이 순간
나도 모르게 영혼을 걸고 고백할 뻔한 말
'멈추어라 너 진정 아름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