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사바

by 차거운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성채들은 어디에나 있다

우뚝한 저 성채들이 끝끝내 지켜 내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곤 한다 강한 전사의 근육과 날카로운 병장기가

보호하지 못한 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무너져야 할 운명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무기력한지

무너진 뒤에 생각하는 역사의 기억들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처럼 그렇게 마음을 슬프게 하는 법

남한산성의 무너짐에 대해서

로마의 몰락에 대해서

독재자의 동상이 쓰러지고 부서지고 해체되는 것을 보는 것

허망한 거짓과 이론들이 무너지는 것

위선이 드러나고 진실이 스스로 말하는 순간들

역사는 야누스의 얼굴과도 같아서

과거로도 미래로도 시선을 둔다

무너진 것들이 남긴 폐허 너머로

여전히 남아 있는 희망이 우리를 살게 한다

거대한 적은 우리 내부에 있는 법이니

무얼 지키고 무얼 버릴까 생각하며

알 카사바의 성채 위를 걷고 있다

후회 없이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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